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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9.20 번역서 『세상의 그늘에서 행복을 보다』


지은이: 소노 아야코
옮긴이: 오경순
출판사: 리수
출간일: 2006년 11월 10일
원제: 原点を見つめて : それでも人は生きる


[책 소개]

 이 책은 빈곤, 기아, 질병이 곧 삶인 오지인들의 모습을 통해, 그동안 너무나 당연해서 제대로 느낄 수 없었던 행복의 원점과 인생의 본질을 되돌아보게 한다.

오랜 작가 생활과 NGO활동으로 전 세계 100개국도 넘는 나라를 방문하고 여행해온 저자 소노 아야코. 수십 년에 걸쳐 만나온 오지인들의 삶과 전쟁․재난 등 역경을 이겨낸 사람들의 인생철학은 소노 아야코 작품의 원천이 되어왔다. 오랜 세월 그의 작품들이 사랑받을 수 있었던 것도 ‘늘 인생에 대한 따뜻한 시선과 인생의 본질을 꿰뚫는 언어'로 공감대를 형성해왔기 때문이다.

이 책 역시 아프리카와 남아메리카, 인도, 동남아시아의 오지에서 만난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주지만, 단순한 눈물과 동정의 대상을 넘어 보다 심오한 인간의 내면과 문명인의 사고로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한계를 리얼하게 꼬집어 문명인의 어리석음과 행복의 기본이 무엇인지 반추하게 만든다.


[저자 소개]

소노 아야코(曾野綾子)

1931년 도쿄 출생. 소설가. 성심여자대학교 영문과 졸업.
1954년 《멀리서 온 손님(遠來の客達ち)》이 아쿠타가와(芥川)상 후보가 되어 문단 데뷔. 
대표작으로《이름 없는 비석(無名碑)》《누구를 위하여 사랑하는가(誰のために愛するか)》《계로록(戒老錄)》《기적(奇蹟)》《신의 더럽혀진 손(神の汚れた手》《죽은 자의 방(死者の宿)》《호수 탄생(湖水誕生)》《천상의 푸르름(天上の靑》《21세기에의 편지(二十一世紀への手紙》등 다수. 1970년 발표한 《누구를 위하여 사랑하는가》는 400만 부가 넘는 초베스트셀러를 기록함.

아시아·아프리카 국제봉사재단 이사, 일본 문예가협회 이사, 해외 일본인선교사 활동후원회 대표, 일본 오케스트라연맹 이사를 역임. 현재 일본재단 회장.

우리나라의 성나자로 마을 나환자들을 위한 강연회 및 자선 모임을 주선하는 등 20여 년 간 나환자들을 위한 지원 및 이들 소외 계층의 슬픔과 고통을 문학 작품을 통해 승화시킴. 또한 1978년 경주 나자로원을 설립하여 국내에 독거하는 일본인 노인들의 숙식을 돕고 있음. 2000년 6월 대통령 영부인 이희호 여사가 펴낸 《내일을 위한 기도》(일본판 제목 '가시밭길 저편')에 추천문을 써준 것이 인연이 되어 이희호 여사의 초청으로 청와대를 방문함.

수상 경력은 로마 법왕청의 바티칸 유공십자훈장 수상(1979년), 한국 한센병 사업연합회의 다미앵 신부상 수상(1983년), 한국 우경재단의 문화예술상 수상(1992년), 일본 예술원 은사(恩賜)상 수상(1993년), 일본 방송협회 방송문화상 수상(1995년), 요미우리 국제협력상 수상(1997년), 헬렌켈러 퓰리처상 수상(2000년) 등이 있다.


[차례]

프롤로그 - 원점을 바라보며
목적지만 알고 있어서는 안 된다 / 당연한 것들은 과연 당연한가 / 모든 것에는 원점이 있다

돈을 벌어야 하는 아이들
'먹을 수 없다'는 말의 진정한 의미 / 구걸하는 데 필요한 아이들의 기술
원 달러 보이의 모순된 도움 / 학교는 지식 때문이 아니라 밥 때문에 간다

밥 먹듯이 굶는 사람들
공복과 기아의 결정적인 차이 / 굶주린 아이는 아프리카가 춥다
달걀을 먹으면 병에 걸려요 / 삶의 목표는 '배불리 먹는 것'

세계는 내가 사는 동네뿐
외국에 나간다는 의미 / 지도를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아이들 / 행동 반경이 좁은 사람들

길이 없는 마을들
거기까지는 차로 몇 시간 걸립니까 / 인간은 스스로 길을 선택할 수 있으리라 생각하지만
사막에서 익사하다 / 유용하면서도 위험한 아카시아 길

사람을 배신하는 험로
우리들은 길에 대해 과신하고 있다 / 다닐 수 없는 길
대론 비극으로 이어지는 길 / 길도 다리도 아주 쉽게 사람을 배신한다

물 한 동이의 생존
자연보다 내가 우선 보호되어야 한다 / 전세계의 물 긷는 여자들 / 사막의 지도엔 오아시스가 표시되어 있다
오아이스 물은 위험하다 / 돈을 들여 담수를 만드는 나라

에이즈든 설사든 죽는 건 마찬가지다
약상자를 두고 온 죄책감 / 에이즈든 결핵이든 설사든 죽는 건 마찬가지다
자연의 섭리를 거역하지 않는 사고방식 / 모르는 행복, 너무 많이 아는 불행

상상할 수 없는 가난
빈곤과 정의 / 맥주 한 병 값이 노동자의 일당이다
영양보다는 배불리 먹는 것이 최대의 목적 / 공무원 월급이 밀린 나라

상식을 벗어난 주택들
집 모양은 반드시 사각이 아니다 / 날이 개면 다시 마른다는 사고
자연의 제약이 만들어낸 건축물들 / 필요한 물건은 몸에 지니고 사후에는 추억만이 남는다

고온에서는 인간의 사고가 불가능하다
더운데다 술까지 금하는 곳들 / 시우너함이 곧 대접 / 부채 덕분에 잠들다 / 복잡한 사고를 가로막는 더위

부족하니 불결할 수밖에 없다
청결이란 본질적인 것일까 / 세탁으로부터 해방된 나라
불결한 병원 때문에 오히려 환자가 늘어난다 / 아이들이 집에 돌아가고 싶지 않은 이유

가난한 국가의 무능력
그것을 불행이라 할 수 있을까 / 내란의 나라 자이르
버스 차고를 거처로 삼는 미망인들 / 빈곤, 어떤 논리롤도 받아들일 수 없는 상황

배우지 못한 사람들의 이기주의
그런 식으로 열심히 일해봤자 무슨 좋은 점이 있을까 / 꿈 꿀 여력조차 없다 / 자신만 존재하는 의식 세계

빈민가의 행복 필수품
신부가 발견한 행복한 생활이란 / 술과 섹스 없이 어떻게 살란 말인가
일생에 단 하나뿐인 액세서리 / 맨 밑바닥 삶의 최고의 안정

인간의 식사, 동물의 식사
 세상 사람들은 무엇을 먹고 있는가 / 매일매일 똑같은 음식을 먹는 괴로움
식사의 3단계 정령 / 인간의 식사, 동물의 식사

사람에게 친절한 자연은 없다
자연과는 어떻게 지내야 하는가 / 자연을 위협으로 느끼지 않는 사람들 / '사람에게 친절한' 자연이란 없다
숲은 결코 상쾌하기만 한 것이 아니다 / '댐은 필요없다'고 하는 말

거목 아래 어르신들과 민주주의
민주주의란 모든 것에 통용되는 절대적인 것인가 / 기다림 외에는 해결법이 없다 / 어떤 마을의 의식
자아가 없는 사람들의 민주주의 / 민주주의가 가능한 나라는 한 줌밖에 되지 않는다

어이 없는 죽음들
평균 수명이 삼십대인 나라 / 중노동 끝에 아이 둘을 남기고 결핵으로 먼저 간 젊은이
무시와 빈곤이 못을 밟은 소녀의 짧은 생을 마감케 했다
세 시간 반의 험로와 유료 구급차... 그래서 산모는 죽었다
병과 불운에 쓰러지는 인간 생활의 원형

에필로그 - 다시 원점에 서서
원점은 어디에 있을까 / 내가 먼저야말로 인간의 본성 / 사람은 존재하는 의무를 지고 있다 / 인간이 인간다워질 때

옮긴이 후기


[본문 중에서]

사실 물이야말로 중동과 아프리카의 생사를 지배하는 요소다. 물만 있으면 식물이 자라고 그 식물을 먹는 동물도 살 수 있기 때문에 토지 문제의 95퍼센트는 해결된 것이나 다름없다. 만성적으로 물이 부족한 토지에 사는 사람들은 ‘자연 보호’라는 말을 의식해본 적이 없을 것이다. 자연 현상은 그들의 타고난 본능으로 어느 정도 이해되지만, 거기에는 도시인의 그런 말을 할 때에 갖는 이상주의적인 판타지나 전지구적인 이데올로기는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보호되어 마땅한 것은 우선 ‘나 자신, 즉 인간’이지 결코 자연이 아니라는 사실을 그들은 알고 있기 때문이다.

--- p.73 ‘자연보다 내가 우선 보호되어야 한다’ 중에서

험로는 종종 심각한 비극을 초래한다. 위급 환자나 부상자가 간신히 의료 기관에 도착하기도 전에 호흡이 끊어지고 만다.

선진국과는 달리 수백 미터 내지 1킬로미터 정도 거리에서 병원 간판을 볼 수 있는 나라가 아니다. 마을은 대부분 무의촌이다. 이름뿐인 의사라 할지라도, 어쨌든 상처를 꿰매고 지혈을 할 수 있는 의사가 있는 마을까지는 30킬로미터 된다고 치자. 선진국이라면 의료 기관이 이토록 멀리 떨어져 있다는 사실은 상상할 수도 없는 노릇이지만, 30킬로미터 떨어져 있다 해도, 30분 정도면 도착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시속 10킬로미터밖에 내지 못하는 길이라면 30킬로미터는 세 시간이나 걸린다. 그 사이에도 험로는 부상자를 위 아래로 뒤흔들어놓으며 조용히 잠들게 내버려두지 않는다. 출혈은 점점 더 심해진다.

--- p.68 ‘사람을 배신하는 험로’ 중에서

나는 일정 수준 이상의 고온 속에서는반대로 저온일 때도 마찬가지겠지만 인간의 사고가 불가능해진다는 사실을 그때 깨달았다.

먹고 마신다거나, 끈을 맨다거나 또는 물건을 옮기거나 하는 따위의 원시적인 일을 하며 살아갈 뿐이라면 얼마든지 가능하다. 그러나 분석하고, 조립하고, 공통 항과 그렇지 않은 것을 구분하여 다시 구축하고, 가공의 조건에서의 추이와 결과를 추정하는 등의 복잡한 작업은 전혀 하고 싶지 않게 된다.

--- p.113 ‘고온에서는 인간의 사고가 불가능하다’ 중에서

달걀이 맛있음은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아이들은 달걀을 모으면서 먹어버린다. 그러나 달걀은 고가의 상품이다. 아이들에게 먹일 여유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부모들은 ‘달걀을 먹으면 병에 걸린다’고 가르친다. ‘덜 익은 푸른 매실을 먹으면 죽는다’는 말과 같지만, 덜 익은 푸른 매실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으나, 달걀의 경우는 말짱 거짓말이다.

아프리카 아이들은 부모에게서 그런 말을 들으면 달걀에는 분명 독이 들어 있기 때문이라며 먹지 않는다. 부모는 달걀을 비싸게 팔 수가 있으나, 아이들의 단백질 부족은 해소되지 않는다.

--- p.35 ‘밥 먹듯이 굶는 사람들’ 중에서


Posted by 오경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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