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수(長壽)는 축복이자 리스크'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4.11.25 인생 7곱하기론 [人生七掛け論]
  2. 2014.11.03 Second Life Start, 50대

우리 시어머니는 올해 92세이다.

동네 아파트 노인정에서 건강체조도 하시고 노래교실도 나가시고 화투도 치시며 철마다 노인정 야유회 등

이런저런 문화생활도 즐기시며 건강관리에도 철저하시다.

오히려 며느리보다 더 흥미진진하고 변화무쌍한 하루하루를 사시는 편이다.

일하는 며느리 입장에서는 참 다행이다 싶다.


지금으로부터 꼭 33년 전 결혼식이 끝나고 폐백을 올릴 때 시이모님들께서 내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어머니가 건강도 안 좋으시고 하니 앞으로 살면 얼마나 사시겠니? 어머님께 잘 해드려라.”


“사시면 얼마나 사시겠니?”로부터 바야흐로 33년이 흘렀다. 그 33년 동안 암수술도 한 번 하셨고 경미한 교통사고로 입원하신 적도 있지만 아직도 끄떡없이 정정하시다.

기억력은 나보다 훨씬 좋다. 얼마나 다행천만한 일인지 모른다.


난 늘 명절 때마다 “어머니 95까지는 끄떡없이 건강하게 사세요.”하면서 절을 올렸다.

그런데 내일 모레면 95세이니 내년에도 이런 레퍼토리(?)로 절을 올리는 날에는 불효막심한 며느리가 되는 건 시간문제다.


그래서 내년부터는 “어머니 100세까지 건강하게 오래 오래 사세요.” 라는 대사를 미리 준비해두고 있다.

그러나 이 레퍼토리도 언젠가 수정해야 하는 날이 오지 않으리라고는 장담할 수 없다.


나도 그렇지만 대체로 내 주위 사람들도 상황이 매 한 가지이긴 마찬가지다.


2008년 73세로 작고한 일본의 유명한 저널리스트며 뉴스캐스터인 지쿠시 데쓰야(筑紫哲也) 씨의 책『스로우 라이프(スローーライフ)』를 보면 ‘인생7곱하기론(人生七掛け論)’이라는 수긍할 만한 그의 지론이 나온다.

인생 50년 시대와 달리 지금은 인생 100년 시대이므로 자신의 나이에 0.7을 곱한 나이로 생각하며 살아야 마땅하다는 논리이다. 예를 들어 지금 90세라면 63세의 마음가짐으로, 50세라면 35세 젊은이의 감각으로 살아야 타당하다는 논리다.


‘인생 7곱하기론(人生七掛け論)’뿐만 아니다. 

‘인생 6곱하기론(人生六掛け論)’까지 등장했다.


계산법은 이렇다.

인생 50년이 인생 80년으로 늘어났으니 50÷80=62.5%, 즉 0.625 이므로 이를 배율로 따지면 수명은 1.6배로 늘어난 셈이 된다. 따라서 현재 68세라면 68×0.625=43세가 된다는 거다.


‘인생7곱하기론(人生七掛け論)’과 ‘인생6곱하기론(人生六掛け論)’을 절충해보면 현재 50세 이상이라면 연령×0.625의 계산법이 타당할 듯하고, 50세 이하라면 연령×0.7의 계산법을 사용하면 인생 50년 시대 적 자신의 나이가 나온다.


어찌됐든 나와 같은 50세 이상 된 사람에게는 기분 상으로도 삼 사 십대 젊은 그 때 그 시절로 되돌려 준 느낌이니 일단은 대환영이다.


내가 30대 무렵 어느 일본신문 칼럼에서 ‘30대는 人才, 40대 人財, 50대 人罪’라고 글귀를 본 적이 있다.

아마 요즘에 이와 같은 칼럼을 썼다면 필자나 신문사에 항의 전화로 대소동이 빚어질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요컨대 ‘인생7곱하기론’으로 보면 올해 92세인 우리 어머니는 64세이고 며느리인 나는 41살밖에 안 된 거다. 인생 100년이라 가정할 때 아직도 어머니는 수명이 36년이나 더 남았고 나는 딱 반이 더 남아있는 셈이다.


그러나 마냥 오래 사는 것을 좋아할 만큼 현실은 그리 녹록치 않다.

그래서 장수(長壽)는 축복이자 리스크라 하지 않았던가.

이 리스크 관리술에 따라 장수가 축복이 될지 저주가 될지… 생각만 해도 끔찍하고 아찔하다.


결국 버나드쇼처럼 “우물쭈물 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다.”고 땅을 치며 후회하게 될까봐.

(2014.11.25)

Posted by 오경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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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cond Life Start, 50대


우리 모두는 가능한 한 건강하게 오래 살고 싶어 한다.

아무 탈 없이 행복하게 천수를 누리고 싶은 마음은 우리 모두의 본능이다.

그러나 장수(長壽)는 축복이자 리스크이다.


어떤 이는 인생 80년을 계절과 색으로 나타냈을 때 출생에서 10대까지 20년간은 봄이며 파랑색이고, 20대에서 30대까지의 20년간은 여름이며 주홍색, 40대에서 50대까지의 20년간은 가을이며 흰색, 60대에서 70대까지의 20년간은 겨울이며 검은색, 80대 이상은 계절과 무관하여 무색이고 천명에 순응하는 나이라 말하기도 했다.

인생 90~100년 한가운데에 40대와 50대가 있다. 40대란 인생 전반부의 최후의 연령대이며, 50대는 인생 후반부의 최초의 연령대가 된다. 가령 인생에 ‘진미기한(眞味期限)’이 있다면, 40대는 가장 맛이 좋은 시기이며, 50대는 가장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인생의 최적기라고도 할 수 있다.


이렇게 인생의 한창 때인 50대에 앞으로 남은 그리 짧지 않은 30~40여년이란 세월을 멋지고 보람 있게 보내기 위해서는 제2의 인생을 맞이할 준비를 미리미리 철저하게 해나가지 않으면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과연 나는 내게 무엇을 남길 수 있을 것인가? 이렇게 자문했을 때 답이 보이는 사람은 행복한 사람이다. 지금까지는 살아오면서 오로지 일에만 전력투구해 온 이른바 ‘회사인간’이 대부분이었을 것이다. 평생직장, 정년보장이 가능했던 시대에는 ‘회사 인간’만으로도 보람을 느끼고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오늘날처럼 다변화 다양화하는 사회에서는 지금까지의 가치나 사고 개념이 크게 바뀌었으며, 더 이상 과거의 미덕이 현재에도 유효하리라 믿고 있는 사람들도 별로 없다. 일만하는 ‘회사인간’은 반쪽 인간 취급받기 십상이다. 오늘날은 일과 취미, 두 마리 토끼를 쫒는 사람이 인생에 성공할 가능성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그래서 가장 이상적인 모델은 ‘일을 취미로, 취미를 일로’ 즐겁게 해나가는 사람이다. 즉 일과 취미 두 마리 토끼를 쫓는 사람이 일류로 인정받는 세상이다.


인생은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한 사람이 승리자라는 말도 있다. 50대에는 좀 더 ’대담하게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계획하라‘고 내 스스로에게 권한다.


오늘 건강하고 아무 탈이 없다고 해서 내일도 그러하리라는 보장은 없다. 누구도 자신의 건강 한치 앞도 내다볼 수가 없다. 불청객인 큰 병의 징후는 주로 50대에 나타난다고 한다. 대개 병이란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오는 것이 아니다. 50대의 몸은 자동차로 치면 중고차다. 부품의 고장을 모르는 채 달리고 있는 것과 같다. 속도를 줄이고 정기 점검을 잊지 말자. 건강에 과신과 방심은 절대 금물이다.


그러나 어느 날 느닷없이 맞닥뜨리게 되는 암이나 심장마비와 같은 큰 장벽이야 어쩔 수 없다손 쳐도 인간관계와 우리 건강의 상관관계는 비례한다고 한다. 요컨대 마음을 터놓을 친구가 많다거나 인간관계가 원만한 경우 암과 심장질환 등에 걸렸어도 그만큼 회복이 빠르다는 얘기다. 사람부자가 결국 건강부자라는 말일 테다.


나이가 들수록 더욱 크게 느껴지는 것이 돈의 힘과 가치이다. 돈이 인생의 전부는 아니라지만 지옥에서 선악을 가르는 재판도 돈에 좌우된다고 하듯 돈이 없는 인생 또한 순탄한 인생이 되기 쉽지 않다. 돈이 있으면 편리하고 없으면 불편한 건 누구에게나 다 마찬가지다. 어느 정도 돈이 있어야 인생의 가능성도 그만큼 늘어난다.


그러나 돈과 운은 사람이 가져다주는 것이다. 그러므로 사람을 많이 만날수록 그만큼 운과 맞닥트릴 확률도 커지게 마련이다.

그래서 또 다시 돈 부자보다는 사람 부자가 되어야 한다.

(2014.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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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오경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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