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년간 교직생활에 사표를 던지고 일본으로 떠난 35세


오늘날 종신고용제의 붕괴는 전 세계 공통 현상으로 우리나라도 예외일 리 없다. 요즈음 우리나라 젊은이들은 사회적, 경제적으로 경기 회복 전망이 부정적이고 불투명한 아주 어려운 여건 속에서 마치 바늘구멍과도 같은 ‘취업전쟁’을 치르고 있다. 이런 와중에 취업에 성공한 이는 그나마 행복한 청춘들이다. 그러나 일단 취업에 성공했더라도 첫 취업한 회사에서 평생 몸 바쳐 일하리라 다짐하는 사회 초년생들은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그들의 이직 연령을 보면 평균 35세 정도라 한다. 다시 말해서 대체로 35세 즈음에 자신이 몸담고 있는 회사에 회의가 일고 장래 비전 여부를 판단하고 단념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점에서 인생의 첫 번째 기로(岐路)는 35세쯤이 아닐까 싶다. 남녀 공히 대체로 35세가 되면, 지금까지 자신이 걸어 온 길을 한번쯤 의미 있게 되돌아보게 되며 새로운 진로 선택과 결단의 시기를 맞이하는 경우가 많다.


나도 그랬다.


대학을 졸업하고 그 해 5월 운 좋게 경기도의 한 사립 고등학교 영어교사로 사회에 첫 발을 내디딘 때가 1980년 5월이다. 그 후 줄곧 같은 학교에서 11년간 근무를 하였고 내 인생에 새로운 전환점을 마련해야겠다고 큰맘 먹고 그야말로 내 푸르디푸른 청춘과 열정을 쏟아

부었던 정들었던 학교에 사직서를 제출하고 훌쩍 일본으로 떠난 해가 1991년이니 내 나이 서른다섯 무렵의 일이다.


사실 대학 졸업 후 곧바로 교사생활을 시작했기에 소위 말하는 재충전 시간이나 자유 시간 따위의 여유는 생각할 겨를 없이 11년간을 달려왔기 때문에 5년을 주기로 뭔가 변화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꼈고 어제와 다르지 않은 오늘이 반복되는 일상에 일종의 회의감과 권태감이 한없이 밀려왔다.


우리가 인생에서 어떤 단계를 거치는 과정은 대체로 5년 단위이며 이 5년이란 시간은 나날이 거센 파도처럼 밀어닥치고, 차곡차곡 쌓이는 다양한 경험을 앞으로의 인생에 ‘내공’을 만들 수 있는 중요한 시간 개념이라고 어떤 이가 한 말에 실제로 내가 체험했기에 전적으로 동감한다.

아무튼 내경우도 살아오면서 손에 넣은 기득권이라 할까 안정에 대한 미련을 깨끗이 버리고 내일을 기약할 수 없는 또 다른 새로운 세상을 향해 모험과 도전을 강행한 시기도 정확하게 내 나이 서른다섯이었다.


그렇다면 왜 35세가 인생의 분기점이 되는가를 곰곰이 따져볼 필요가 있다. 물론 20대나 40대가 새로운 방향의 모색과 결의를 다질 때 30대에 비해 근본적으로 자질부족이라든가 바람직하지 않은 연령대라는 말은 아니다. 각각의 나이 대에 어울리는 플러스측면과 마이너스측면이 있겠지만, 인생의 중대한 고비에서 과감한 변신을 꾀하고자 할 때 상대적으로 플러스측면이 많으며 설사 실패하더라도 만회 가능한 나이가 30대이기 때문이 아닐까.


마음에 내키지 않으면 쉽게 포기해버리거나, 지식과 정보량은 많으나 지혜가 부족한 20대. 행동보다는 생각이 앞서고 손(損)과 득(得)으로 진퇴를 결정하거나, 추진력과 기동력이 떨어지며 불가능한 일을 미리 예측하여 모험을 두려워하는 40대.

이러한 20대와 40대의 마이너스적인 면을 보완하면서 플러스적인 면을 배가해가는 연령이 바로 30대이기 때문일 것이다. 패러사이트 싱글(부모와 동거하는 독신 남녀)의 경우를 보더라도 그들이 계속 혼자 살더라도 부모 곁을 떠나가는 최후의 연령도 35세쯤이며, 모라토리엄(유예기간)의 끝도 역시 35세까지 라고 하는 사실은 참 흥미롭다.


누구든 30대 후반이 되면 자신의 능력을 가늠할 수 있어야하고, 자신의 대략적인 인생의 밑그림을 그릴 수가 있어야 한다. 간혹 예외는 있으나, 제아무리 높은 학력의 소유자라 할지라도 대체로 35세쯤 되면 ‘인생 공부’의 시기는 종료되기 때문이다. 35년간이나 살아오면서 자신의 내일을 가늠할 수 없다면, 어지간히 시원찮은 인생을 살아왔거나 결단력이 부족했거나 둘 중 하나이리라.


수재는 되지 못하더라도 누구나가 천재는 될 수 있다는 말이 있다. 수재는 학교성적처럼 데이터로 확연하게 드러나지만, 천재와 수재는 근본이 다르다. 사람들을 잘 웃기는 천재가 있는가 하면, 말을 잘하는 천재도 있다. 35세가 될 때까지 ‘내게는 아무런 재능이 없다’고 낙담하며 살아온 사람은 유감스럽게도 그 후도 성공할 확률은 희박하다.


누구에게나 반드시 한 가지 ‘천재적 능력’은 있게 마련이다. 그것을 어떻게 빛나게 가꾸어나갈 것인가. 그것을 35세까지의 인생의 첫 번째 승부로써 조그마한 것이라도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 ‘자신만의 최고’의 경쟁력으로 공들여 다듬어 나가야 한다.


오늘날 직업은 다원화 세분화되고 있으며 전문분야일수록 더 더욱 세분화되는 경향이 짙다. 종합상식이 없더라도 사회에서 성공할 확률은 과거보다 훨씬 높아졌다. 자신의 업무에 대해서는 상당히 상세한 지식과 정보력이 요구되지만, 자신의 전문분야 이외의 것은 좀 미흡하더라도 업무상으로는 그다지 무리가 없다. 그러므로 사회생활에서 요구되는 다양한 분야의 수많은 정보나 지식을 터득하지 못했다 하더라도 미리 겁먹고 포기할 필요는 없다.


하루하루가 다르게 엄청난 속도로 변화해가는 정보화 시대.

한숨 쉬며 고개를 떨구는 부류의 사람들과 지금부터 뭔가 재미있는 세상이 전개될 거라고 기대하는 부류의 사람들 중, 어느 쪽이 살아남을 것인가는 두말할 필요가 없다.

무슨 일을 하든 자신감에 차 적극적으로 움직이는 사람이 성공확률이 높다는 사실 또한 마찬가지다.

‘오늘은 재수가 좋다’고 생각하면 정말 그렇게 된다. 생각하기 나름이라 하지 않은가.


차분하고 조용한 시대에는 차분하고 조용한 생활이 필요하지만, 지금처럼 변화가 극심한 시대에는 거기에 대처하는 유연한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언젠가부터 IT(인포메이션 테크놀로지)사회도 지나고 NT(나노 테크놀로지)사회에 진입했다고들 한다. 마이크로(1밀리의 천분의 일)기술에서 나노(1밀리의 백만분의 일)기술로 이동이다. 곧 들이닥칠 4차혁명 시대의 변화 속도는 우리가 상상하는 이상으로 훨씬 가속화할 터이다. 그렇다면 젊은이들이 성공할 수 있는 기회도 한층 광범위해지지 않을까.


그러나 안정된 직업은 결코 만만치 않다는 사실을 늘 명심해야한다.

'프리타'란 얼마 전까지 만도 안정된 직업을 갖지 못한 사람을 지칭했으나, 지금은 ‘그 재능을 한데 묶을 수 없는 인재’라는 의미로도 쓰인다. 자유롭게 여러 방면의 일에 종사하면서 오로지 자신의 능력으로 먹고사는 사람이며, 차세대 주자가 될 가능성이 그만큼 많은 사람을 가리키는 말이다.


프로와 아마추어의 차이는 단 한 가지.

일을 끈기 있게 계속할 수 있는 사람이 프로고 중도에서 멈추면 아마추어다.

성공과 실패, 프로와 아마추어의 차이도 매 한 가지다.

중도에서 포기하면 실패, 끝까지 노력하면 성공이다.

(2014. 11. 2)

Posted by 오경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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