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국제시장 흥행 뒷심이 무섭다.

15년 1월 10일자로 870만 명을 훌쩍 넘어섰다. 이대로라면 얼마 안 있어 천만도 뛰어넘을 기세다. (2017년 9월 11일 현재 국제시장 관람관객 총수는 천사백이십육만 명을 뛰어넘어 1위 명랑에 이어 역대 최다관객 동원  2위를 기록했다.)

 

물론 찬사와 혹평이 동시에 쏟아지며 설전도 오가며 여기저기서 논란도 불거지고 있다.

“영화는 영화로 봐주셨으면 한다”는 유제균 감독의 하소연이 무색하리만치 역사를 바라보는 시각차와 정치적 이념 논쟁도 흥행에 톡톡히 한몫 거두는 듯하다.

 

나도 국제시장을 봤다. 그것도 혼자서 조조할인으로 봤다.

오전 10시인데도 빈자리가 별로 눈에 띄지 않았고, 주위를 둘러보니 관객들도 남녀노소 다양했다.

영화 국제시장의 관람 평이나 감상소감을 말하려는 게 아니다.

 

국제시장뿐 아니라 어떤 영화든 연극이든 그에 대한 평이나 의견은 다양한 관객 수만큼 각양각색인 것이 당연하지 않은가. 개개인의 역사와 인생사 및 가치관과 맞물려 확대 해석하며 볼 수도 있고 혹은 아무런 생각 없이 단지 좋아하는 배우의 연기에 몰입해 볼 수도 있다.

 

870만 관객 한 사람 한 사람의 어떠한 평가도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고 본다. 왈가왈부 한다는 것은 그만큼 대중의 관심이 쏠릴 정도로 이슈화됐다는 흥미로움의 반증이니 좋고, 대립되는 분분한 의견들은 그래도 우리 사회에 거는 희망과 믿음이 숨 쉬고 있다는 증거니 그 역시 안심되어 좋다.

 

나는 영화 국제시장에서 돌아가신 아버지를 봤다.

내게 국제시장은 돌아가신 아버지의 파란만장한 인생사를 비디오테이프로 빠르게 되돌려 추억하는 ‘아버지의 인생 역정 다시보기’였다.

 

국제시장의 주인공은 덕수가 아닌 바로 내 아버지로 일사후퇴부터 남북이산가족찾기에 이르기까지 고비 고비 눈물과 한숨으로 얼룩진 일련의 사건들을 보고 있노라니 마치 아버지 일대기를 영화로 만들어 놓은 듯 했다. 영화 속에서 너나없이 가난했던 희미한 내 어린 시절 기억도 얼핏 스쳐지나갔다.

 

내 나이 대라면 구태여 영화를 보지 않더라도 짐작할만한 뻔한 줄거리에 중간 중간 군더더기 대사로 오히려 촌스러운 장면 연출도 더러 있었다.

먹고살기가 녹록치 않은 세상, 정신없이 살다보니 기억도 가물가물한 그 옛날 그리운 아버지를 회상하며 아버지의 삶을 다시보기 하면서 내 삶을 다지는 시간으로도 충분히 의미가 있었다.

 

무릇 책은 저자가 짓고 번역서는 역자가 번역하며 편집자가 다듬어 완성하지만 품질이나 가독성 등 최종 평가는 결국 독자의 몫이다.

마찬가지로 영화 국제시장의 최종 평가는 관객 한 사람 한 사람의 몫으로 돌리는 게 맞지 않을까.

(2015.1.10)

Posted by 오경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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