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듯 다른 재미있는 한 ․ 중 ․ 일 한자 풀이>

 

언어를 공부하다 보니 일상생활에서 읽고 듣고 쓰면서 늘 접하는 용어라 할지라도 일단 정확한 의미부터 따져보고 시작하는 습관이 몸에 붙었다. 직업병의 일종일지도 모르겠다. 대학원 일어일문학과에서 일한번역을 전공하고 번역작업을 하면서 일어도 그렇지만 특히 한국어 사전을 뒤적거리는 시간이 부쩍 많다.


언젠가 영어권 사람들에게 한국어는 ‘세상에서 4번째로 배우기 어려운 언어’라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가장 배우기 어려운 언어 톱 5’를 꼽았는데 그 중에 한국어가 4위에 랭크됐단다. 1위는 아랍어, 2위는 중국어, 3위는 일본어, 5위는 헝가리어 순이었다.


한국 중국 일본이 한자 문화권이며 우리말에 한자어가 차지하는 비중이 적게 잡으면 50%이상이며 많이 잡으면 70%이상을 차지하고, 일본어는 원래 중국 한자에서 따온 말이니 한도 끝도 없이 많고 어려운 한자를 제쳐두고는 내 분야 공부나 연구는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이렇다보니 지금 내가 하는 공부는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언어 세 가지를 하는 셈이다.

세상에서 가장 어렵다는 언어, 특히 한자를 재미있고도 쉽게 가르치자니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그러다 생각해낸 것이 한국 중국 일본의 한자로 풀어보는 재미있는 한자 문화 이야기이다.

공부는 늘 어렵고 힘들지만 가끔 이런 쏠쏠한 재미 덕에 오늘도 책상에 앉게 된다.


“기도는 내일 죽을 것처럼 하고 공부는 백 살을 살 것처럼 하라”지만 떼돈이 생기는 것도 아니고 백 살까지 그리 오래 살 것 같지도 않은데… 하면서도 돈 주고도 살 수 없는 이런 재미가 공부의 마력이 아닌가 싶다.


늘상 공부 공부하다 보니 공부(工夫)에 대한 한 ․ 중 ․ 일 한자 풀이가 정말 멋진 의미인 걸 알았다. 이렇게 근사한 공부의 뜻을 알려주면 저절로 동기부여가 되리라.

‘공부(工夫)’를 국어사전에서 찾아보니 ‘학문이나 기술 등을 배우고 익힘’으로 나와 있다.

또한 영어사전을 보면 ‘study, learning, work’로 나온다.


‘공부(工夫)’의 원래 한자 의미는 좋은 방법을 구하려고 이리저리 생각하는 것, 또는 품성의 수양, 의지의 단련 등을 나타낸다. 일본어에서도 흔히 쓰이는 ‘工夫’의 의미는 ‘생각을 짜내다, 궁리하다’란 뜻이다.

한편 중국어에서 ‘공부(工夫)’는 ‘시간’, ‘짬’, ‘틈’, ‘여가‘를 의미한다. 한국어에서는 본래의 의미에서 확장하여 학문이나 기술을 배우고 익히는 것을 의미한다. 즉 일본어 ‘공부(勉强)’의 의미로 쓰인다.

따라서 한국 ․ 중국 ․ 일본에서 사용하는 ‘공부(工夫)’의 의미를 종합해서 요약해보면 아래처럼 근사한 말이 된다.


시간을 투자하고(중국어)

생각을 짜내어(일본어)

배우고 익힌다(한국어)


논어 첫 장 첫 구절에 등장하는 ‘학이시습지 불역열호(學而時習之 不亦悅乎)’중에서 ‘습(習)’이란 말도 새가 백번씩이나 날갯짓을 반복해 날게 되듯이 배우고 익혀서 내 것으로 만든다는 결국 ‘공부(工夫)’ 의미와 같다.


한국 ․ 중국 ․ 일본의 바보 구별법도 제각각


하는 일마다 제대로 처리하지 못해 어리석고 멍청한 사람을 흔히 ‘쑥맥’이라고 하는데 실은 ‘쑥맥’이 아니라 ‘숙맥’이 맞는 말이다. 이 ‘숙맥’이란 말은 어디서 왔을까? 순우리말로 착각하기 쉬운 ‘숙맥’을 한자로 쓰면 ‘菽麥’ 즉 콩(菽)과 보리(麥)다. 원래의 뜻은 콩과 보리도 구분 못하는 어리석은 사람을 뜻하는 ‘숙맥불변(菽麥不辨)’에서 왔다. 이 ‘숙맥불변(菽麥不辨)’에서 ‘불변(不辨)’을 생략한 말이 ‘숙맥’이다.

그러나 요즘은 ‘숙맥’이란 말을 너무 순진하여 숫기가 없는 사람이나 재미없는 사람이란 의미로 쓰기도 한다.

우리말 숙맥처럼 특정 사물을 구별 못하여 바보, 멍청이를 뜻하는 말이 일본어와 중국어에도 있는 게 재미있다. 일본어에는 말(馬)인지 사슴(鹿)인지 구별 못하는 어리석은 사람을 ‘바카(馬鹿)’라 하는데 일본어 ‘바카’는 우리말과 같이 바보, 천치, 얼간이, 맹꽁이, 멍청이를 일컫는다. 한편 중국어에도 이와 유사한 표현이 있는데 오곡을 구별 못하는 사람을 ‘우구푸휀(五谷不分)’이라 하며 이 역시 바보, 멍청이를 뜻한다. 여기서 오곡(五谷)은 ‘稻(벼) · 黍(조) · 稷(수수) · 麦(보리) · 豆(콩)’을 가리킨다.


한국어 : 콩(菽)인지 보리(麥)인지 구별 못하는 사람 → 숙맥불변(菽麥不辨)→ 숙맥 (바보, 천치)

일본어 : 말(馬)인지 사슴(鹿)인지 구별 못하는 사람 → (馬鹿) → 바카 (바보, 천치)

중국어 : 오곡(五穀)을 구별 못하는 사람 → 오곡불분(五谷不分) → 우구푸휀(바보, 멍청이)



중국에서 ‘애인 있나요?’는 ‘결혼 했나요?’의 뜻


‘애인(愛人)’의 원래 뜻은 사람을 사랑하는 것이다. 일본어에서는 정식 혼인관계 외의 불륜 상대 즉 ‘정부(情夫, 情婦)’등 내연 관계의 이성을 에둘러 표현하는 말이다.

중국에서 ‘당신 애인 있어요?’라고 물으면 그것은 ‘결혼 했나요?’의 의미다. 중국에서는 정식 혼인 관계에 있는 배우자, 즉 남편 입장에서의 아내, 아내 입장에서의 남편을 뜻한다.

한국에서 ‘애인(愛人)’은 이성 친구나 ‘연인(戀人)’을 의미한다.


한중일 각각 다른 ‘애인(愛人)’

한국어 : 愛人 : 연인(戀人), 이성 친구

일본어 : 愛人 : 불륜 관계의 이성

중국어 : 愛人 : 배우자 즉 아내나 남편

 

한국의 돌대가리(石頭)는 중국 ․ 일본에서는?


‘석두(石頭)’는 일본어에서는 융통성 없이 생각이 완고한 사람을 뜻한다. 중국어에서는 땅에 떨어져있는 돌이라는 의미다. 한국어에는 말 그대로 돌처럼 딱딱한 머리를 뜻한다. 그러나 일본어에서 말하는 완고한 사람을 뜻하기보다는 머리가 나쁜 사람, 우둔한 자라는 어감이 강하다. 순한글로 ‘돌대가리’라고 한다.


한국어 : 石頭 : 머리가 나쁜 사람

일본어 : 石頭 : 완고한 사람

중국어 : 石頭 : 돌


『공부하는 독종이 살아남는다』에서 이시형 박사는 공부란「Low Risk High Return」이라 했다.

맞는 말이다.

공부는 내가 투자한 노력과 시간만큼 되돌아오는 부메랑과 같다.


누구든 한번은 젊고 한번은 늙는다. ‘이 나이에…’하며 어느 샌가 훌쩍 지나가 버린 진미(眞味)기간을 운운한들 별 뾰족한 수가 없다.


일본의 어떤 생리학자에 의하면 인간의 뇌는 65세까지도 채 반도 사용되지 않는다고 한다.

그렇다면 나머지 반은 백지. 새하얀 캔버스라고도 할 수 있다.

그 캔버스에 어떤 그림을 그려 갈 것인가를 곰곰이 생각하면서 지금까지 하지 못했던 일들을 하나하나 도전해보면서 나만의 그림을 그려나갈 수 있어야 한다.

(2014. 11. 2)

Posted by 오경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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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흔히 듣고 말하는 ‘정보검색’이니 ‘정보통신’이니 ‘정보처리’니 할 때의 정보나 아무개는 어떤 정보에는 밝고 어떤 정보에는 어둡다’고 할 때, 이 情報(정보)라는 말은 원래 군사기밀용어에서 왔다. 1876년 일본 소령 사카이 다다히로(酒井忠恕)가 프랑스어로 된 군사책『佛國歩兵陣中要務実地演習軌典』을 번역하면서 프랑스어 ‘renseignement’를 ‘敵情報告(적정보고)’로 번역하였는데 그 ‘敵情報告(적정보고)’를 줄여 쓴 말이 ‘情報(정보)’다. 요컨대 ‘敵情報告(적정보고)’란 적군의 정세를 염탐하여 상부에 보고한다는 말이니 오늘날 우리가 쓰는 정보, 자료, 뉴스, 안내, 보도 등을 뜻하는 ‘정보(information)’와는 의미가 많이 다르다.


나는 보통 하루에 삼분의 일 이상을 컴퓨터 앞에 붙박이로 앉아 생활하는 게 일상화되었지만 내가 컴퓨터로 하는 작업은 번역이나 논문투고, 글쓰기, 수업준비나 강의와 관련된 한글문서 작업이 대부분이다. 물론 종이사전이나 전자사전 없이도 인터넷 사전이나 야후재팬, 구글 등을 이용해 일반적인 개념정의나 용어 설명 등을 간편하게 검색할 수도 있고 내 연구분야의 공개된 정보를 앉은 자리에서 손쉽게 얻기도 하지만 그 게 다다.


내가 책을 쓰거나 논문을 쓰거나 하면서 뭔가 유니크하다든가 창의적인 발상이라든가 혹은 차별화된 내용이나 방법이라든가 하는 소리를 듣는 경우는 대개 생각이 다양한 많은 이들과의 자유로운 대화나 토론을 통해서였거나 혹은 관련 논문이나 책들 속에서 얻은 힌트에서 내 나름의 논리나 설(說)로 발전시킨 덕분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 아무리 새로운 것을 찾아보려 애써도 결국 이미 누군가 먼저 말했거나 먼저 써놓은 것투성이다.


요즘 지하철을 타든 버스를 타든, 공원에서나 카페에서나 심지어 걸어 다니는 길거리에서도 심심찮게 보이는 풍경. 많은 사람들이 스마트폰에 푹 빠져있다. 어떤 학생은 아예 큰 노트북을 펼쳐들고 다니며 드라마를 보거나 동영상을 보기도 한다. 요즘 크고 작은 인문학 강의에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사람들이 몰린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교육열은 자식뿐 아니라 부모세대본인들까지 대단하다는 증거다. 그에 비해 책 읽는 인구는 무척 적다고 한다.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2015년도 ‘국민 독서 실태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성인의 연평균 독서량은 9.1권이라 한다. 한 달에 한 권도 안 읽는다는 얘기다.

“국민 스스로 독서량 부족으로 평가하였는데 그 이유로는 ‘시간 부족’과 ‘독서습관 부족’을 꼽았다.

‘시간 부족’과 ‘독서습관 부족’의 원인은 경쟁적인 학업 및 취업 준비(대학생)와 사회생활(직장인) 등으로 대다수 성인들의 시간적, 정신적 여유가 줄었고, 독서 습관을 충분히 들이지 못했으며, 스마트폰의 일상적 이용과 같은 매체환경의 변화에 따라 독서에 투자하던 시간과 노력이 감소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하였다.(출처:문화체육관광부(http://www.mcst. go.kr)

 

책을 읽지 못해서 그 대신 인문학 강의를 듣는지도 모르겠다. 인문학 강의 내용이나 주제가 대개 저자의 대표저서 위주로 진행되므로 한두 시간 강의를 들으면 책 한 권을 다 읽은 것으로 뿌듯하게 받아들이기 때문일지도.


한편 인터넷은 자기만족 정보가 대부분이다.

진정 가치 있는 정보는 인터넷상에 그냥 흘려보내지도 않고 흘러 다니지도 않는다.

진짜 정보(情報)는 말 그대로 내가 상대에게 쏟은 정(情)에 대한 상대의 보답(報)이다.

다시 말해서 내가 상대에게 베푼 배려와 정성만큼 상대가 우정과 감사의 답례로써 가치 있는 정보를 내게 알려주는 것이다.

 

이를테면 사내 인사이동 같은 1급 인사정보, 분식회계정보, 회사 매각 뉴스, 재판 판결 결과에 대한 정보, 돈벌이 요령이나 주식투자에 도움이 되는 알짜정보 등을 대체 누가 인터넷에 거저 띄우겠는가?

내게 꼭 필요한 가치 있는 정보는 내가 공과 시간을 들이고 발품을 팔아가면서 상대와 직접 대면해야 얻을 수 있는 것이다.


내가 석사논문을 쓰고 박사논문을 쓸 때도 그랬다.

석사논문인「허가를 구하는 표현에 대한 한일 대조 연구」를 쓸 때는 언어행동이나 사회언어학을 전공하신 교수님들께 일일이 메일을 보내고 전화를 드리며 찾아뵙고 질문도 하고 조언도 구하면서 하나하나 문제를 해결하면서 큰 도움을 받으며 많은 신세를 졌다. 지금으로부터 15년 전 일인데 그 때 그 인연으로 석사 졸업 후 지금까지 줄곧 가톨릭대학교와 세종대학교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

또한 박사논문인「일한 번역의 번역투 연구」를 쓸 때도 국내에서 ‘번역투’를 전공하셨거나 ‘번역투’ 관련 연구를 하시거나 논문을 쓰신 교수님들을 시도 때도 없이 연락하고 찾아다니면서 참 성가시게 해드렸다. 덕분에 나는 4년 만에 박사논문을 쓰고 무사히 졸업할 수 있었다.

그분들의 따뜻한 배려, 진심어린 고마운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어제 일처럼 지금도 생생하다. 모든 게 그분들 덕분이라 여기며 두고두고 고마워하면서 그들이 내게 베풀었던 마음을 언젠간 내게도 되돌려드릴 날이 분명 오리라 생각한다.


지금 내게 꼭 필요한 참다운 정보는 움직이지 않고 앉아서 거저 얻어지는 게 아니다. 내가먼저 바쁜 시간을 쪼개 상대를 만나 진심을 쏟으며 상대의 마음을 움직여야만 비로소 얻을 수 있는 것이다. 그런 정보가 생명력이 긴 참 정보다.

 

그러므로 세상 밖으로 나가자 그리고 많은 사람들과 만나자.

여태껏 살아오는 동안 지금까지 맺어 온 인간관계를 소중히 여기며 더욱 적극적으로 상대를 배려하고 관계를 넓혀간다면 지식사회든 정보화사회든 당당하게 살아가는 데에 커다란 밑천(힘)이 될 터이다.


행운과 정보(情報)는 사람이 가져다주는 것이다. 사람을 많이 만나면 만날수록 그만큼 운의 확률도 커진다.

그래서 돈 부자보다는 사람 부자가 되어야 한다.

(2014. 10.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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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오경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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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들 청춘성공 중년상처 노년가난을 인생의 3대 불행으로 꼽는다.

나는 매 학기 개강을 하고 학생들과 처음 대면할 때마다 어김없이 이 이야기를 꺼낸다.


요 몇 년 전부터인가 고등학생 CEO로 남다른 사업수완을 발휘하며 성공가도를 달린다거나 대학재학 시절부터 두각을 나타내며 전문가 뺨치는 실력과 재능을 뽐내는 이들도 적지 않아 여기저기 방송매체에서 그들의 성공스토리를 듣게 되는 경우도 더러 있다.


삼포세대를 넘어 이른바 N포세대라는 현실 속에서 푸르디푸른 젊은 친구들에게 ‘청춘성공’이 인생의 3대 불행 중 하나라 하면 과연 몇 명이나 귀를 기울이며 수긍하고 공감을 할지 먼저 학생들의 눈빛을 살피게 되고 조심스러워지는 것 또한 사실이다. 그러나 중년상처 노년가난에 대해서는 대체로 받아들이는 눈치다.


예전에 내가 열심히 찾아보던 소위 꽂힌 TV 프로그램이 하나 있었다. 슈퍼스타K6이다.

보는 이 듣는 이의 취향이 다들 다르겠지만 10여 년 동안 무명가수로 클럽에서 노래하는 김필이라는 가수 때문에 금요일 밤11시부터 새벽 1시 넘어 까지 이어지는 무려 2시간 반 이상을 TV 앞에 꼼짝 않고 앉아있었다.


생방송 4회가 끝나고 탑파이브가 생존한 상태에서 앞으로 남은 경연에서 최종우승할지 어떨지 알 순 없지만 3주 연속 최고점에다 심사위원의 극찬을 이끌어내며 네티즌들의 열띤 응원과 찬사를 한 몸에 받고 있던 김필에게 그날의 인생반전은 최종우승 이상의 의미이리라.


2회 경연을 마치고 인기투표 1위의 소감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과분해하며 언뜻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김필이 꺼낸 첫 마디는 “난 여태껏 음악을 해오면서 단 한 번도 인정받거나 칭찬을 들어본 적이 없었다.”였다.

4회 경연 노래 시작 직전에도 “스무 살 때 노래를 시작하였는데 성대결절도 오고 괴롭고 힘든 일이 참 많았다. 그러나 지금 생각해보면 그러한 시련들 덕분에 오히려 새로운 소리를 갖게 되었고 또 많은 것을 표현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되지 않았나 싶다며 모든 것을 다 내려놓았을 때 드디어 슈퍼스타K6 참가 기회가 주어지면서 오히려 전화위복이 되었다."고 고백한 그였다.


짧지 않은 10여 년간 무명가수라는 무관심과 주위의 차가운 시선 속에서 주눅이 들었을 법도한데 기죽지 않고 끊임없는 연습과 자기관리로 자신만의 오기의 칼날을 갈았으리란 그간의 사정은 짐작이 가고도 남을만했다.

그렇다. 그에게 ‘청춘성공’이라는 불행이 피해갔기에 남들보다 좀 더디긴 하지만 몇 십 배 더 강력하고도 진한 멋진 인생이 펼쳐지리라 기대하며 격려해주고 싶었다. 편안하게, 쉽게는 얻어지지 않은 인생이고 노래이기에 그만한 감동의 두께가 얹어져 강한 울림으로 전해지지 않았을까.


누구든 과거에 실패한 경험이나 불행한 기억이 많으면 많을수록 자신만의 내일의 발판을 다지고 단단히 하는 비료로써 철저하게 승화시킬 수 있는 저력이 훨씬 강해진다. 이런 저런 좌절과 불운의 시간을 보내면서 몸 구석구석에 배인 자생력이 훗날 어떠한 일이나 상황에도 잘 적응하고 견딜 수 있게 하는 값진 재산이 된다.


청춘시절 갖은 실패와 좌절을 경험했다고 해서 누구나가 다 성공하는 것은 물론 아니다. 그러나 훗날 성공한 이들은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많지만, 그들 대부분은 청춘시절 쓰라린 실패와 불운과 혹독한 시행착오를 딛고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용기와 기회를 얻었다는 것만은 분명히 말할 수 있다.


유도의 기본은 낙법(落法)이다.

수없이 메치기를 당하며 나가떨어지고 넘어지면서 내 몸을 다치지 않게 안전하게 보호하며 넘어지는 유도의 기본기는 오직 낙법으로 익힐 수가 있기 때문이다.


아마도 김필 또래의 청춘들은 나가떨어지고 넘어지고 구르지 않고는 터득할 수 없는 인생의 기본기를 크고 작은 실패와 도전을 반복하면서 결코 물러서지 않았던 오기 덕분에 배웠을 것이다.

여전히 도전하고 싶은 목표와 도전할 수 있는 꿈들을 가능케 한 ‘불합격’과 ‘실패’이니 감사하고 또 감사하다할 수밖에.


인생은 끝까지 다 살아봐야 안다.

아니 끝이 아름다운 인생이 멋진 삶이고 빛나는 인생이다.

애써 내 손에 넣은 것은 손에 넣는 순간부터 잃어버릴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그래서 남보다 이른 성공은 유혹도 많고 약발도 짧다.

갖은 실패와 좌절과 물러설 수 없는 막다른 골목에서의 처절한 몸부림으로 다져진 내성과 맷집이 두텁게 생겨야 사람도 노래도 인생도 끄떡없이 오래가고 길게 간다.


합격이나 성공이란 것과는 별 인연도 없이 지금도 한창 낙법 연습 중인 청춘들은 ‘청춘성공’이라는 불행이 찾아오지 않은 것에 대해, 그리하여 잃어버릴 것도 없어 미련 없이 툭툭 털고 다시 새로운 길을 찾아 떠날 수 있기에 감사하고 또 감사할 일이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또 다른 새로운 꿈을 꿀 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행복하고 가치 있는 일인가.

 (2014. 11. 1.)

Posted by 오경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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