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라카미 공방(村上さんのところ)』

「작지만 확실한 행복(小確幸)」


무라카미 하루키가 이 사이트를 오픈할 때부터 관심 갖고 지켜보던 글들이『村上さんのところ』란 타이틀로 묶여 지난 7월24일 일본 서점에 나왔네요.

커버에 이런 표제어가 붙어있어요.


[길을 잃고 헤맬 때마다 다시 꺼내 읽고 싶은 인생의 상비약]


이 책이 어떤 책인지 잠깐 볼까요.

2015년 1월 15일 무라카미 하루키가『무라카미 공방(村上さんのところ)』이란 인터넷사이트를 기간한정으로 오픈했습니다.

무라카미 작품에 관한 소박한 질문부터 일상생활의 고민, 재즈, 인생철학, 번역, 소설, 사회문제, 고양이, 도쿄 야구르트의 수왈로즈 야구팀(Tokyo Yakult Swallows), 그리고 드물게는

러브호텔에 이르기까지. 작가가 독자의 질문에 답한 사이트입니다.

17일 동안 무려 3만 7465통의 메일이 쇄도하였는데 그 가운데 3,716통을 골라 작가가 직접 답장을 썼고, 그 중 또 추려낸 473통의 메일 문답이 이 책에 수록된 내용입니다.


이러한 대작업을 진행하면서 무라카미 하루키는 서문에서 이렇게 고백합니다.

“머리가 좋은 사람이라면 이런 번거로운 일은 애당초 하지 않았을 겁니다. 속마음을 다 털어놓는 이야기를 하면서 ‘내가 왜 이런 골치 아픈 일을 구태여 시작했을까’ 후회하기도 했습니다. 솔직히 정말 고단했습니다. 어깨도 뻐근하고 눈도 아프고 침침해지고 3개월간 다른 일은 전혀 할 수도 없었고 ‘이 거 큰일 났구나’ 하면서도 일단 시작한 일이므로 최선을 다해 읽어냈습니다.

마치 끝없이 내리는 폭설 한 가운데서 홀로 삽으로 눈치우기를 하는 그런 심정이었습니다.

막바지에 가서는 휘청거려 쓰러질 지경이었습니다.

힘은 들었지만 그래도 즐거운 작업이었습니다.”


이 사이트에 무라카미 하루키가 만든 재미있는 신조어(新造語)가 하나가 등장합니다.

바로「小確幸(소확행)」이란 말인데요, 사전에도 안 나오니 일본사람도 읽기가 어렵고

한국어 번역도 참 어렵습니다. 일단 ‘소확행’으로 옮겼습니다만, 영 어색하고 이상하지 않나요? 「小確幸(소확행)」에 딱 들어맞는 우리말 번역어를 저도 고민 좀 해봐야겠습니다.

「小確幸」는 일본어로 ‘쇼캇코(しょうかっこう)’로 읽습니다.

작가가 그렇게 정했답니다.

무슨 뜻인가 하면 ‘작지만 확실한 행복(小さいけれど確かな幸福)’이랍니다.

사실 맨 처음 저는 오로지 이 말「小確幸」하나에 끌려 이 사이트를 들락날락했답니다.


무라카미 하루키는「小確幸(소확행)」이란 용어를 이렇게 풀이하고 구체적인 예문까지 달아놓았네요. 치밀하고 논리적인 작가의 성격도 잘 엿보이는 대목입니다.


「小確幸(소확행)」

(명사)① ‘작지만 확실한 행복’ ② 무라카미 하루키가 만들고 널리 알렸다.

(예문)☞ 겨울 밤 고양이가 이불속으로 쏙 들어오는 순간이 나의 소확행이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최근 '소확행'이란? 질문에 역시 중고 레코드 관련 얘기가 많네요. 오래된 낡은 레코드를 새로 사서 특별한 천으로 부지런히 말끔하게 닦고 있을 때가 ‘소확행(小確幸)’이라는 소박한 대답이 돌아옵니다. 말 그대로 ‘작지만 확실한 행복(小確幸)’이지요.


무라카미 하루키와 그의 팬덤인「하루키스트 혹은 하루키주의자(村上主義者)」들은 하루라도 빨리 일본어사전 「広辞苑(고지엔)」에「小確幸(소확행)」이란 어휘를 등재하고자 하는 움직임을 시작했다고 합니다.

역시 무라카미 하루키다운 발상이지요?


‘작지만 확실한 행복’, 나의 ‘소확행(小確幸)’ 목록을 하루에 하나씩 만들어보는 것도 재미있는 ‘소확행(小確幸)일 듯싶습니다.

 

 

 

                  < 原書 : 村上春樹『村上さんのところ』(2015, 新潮社) >

Posted by 오경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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