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바쁜 삶을 사는 사람이 가장 많은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말이 있다.

살면서 뚜렷한 목표가 있고 꿈이 있어 지치는 줄 모르도록 바쁜 하루하루를 보낼 수 있다면

얼마나 행복한 인생인가.

 

나의 서른 중반 일상의 일탈, 삶의 규범 변경과도 같은 일본 생활 분투기는 드디어 서서히

막을 내리고 있었다.

 

지금 이 나이라면 감히 엄두조차 내지 못했을 무모한 결정 ‘일본에서 살아보기’는 ‘일본어 반쯤정복(?)’이라는 덤과 함께 훗날 나의 삶의 지도를 다시 그리게 되는 실마리가 될 줄은 그 땐 몰랐다.

 

5년간의 일본 생활은 나의 안목과 사고에도 긍정의 힘을 심어주었다.

나의 내일은 분명 풍성해지리라는 믿음과 신념이 자연스레 생겨났고, 꿈을 품고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 살아가다 보면 다양한 모습의 새로운 기회와 기적이 한번쯤은

내게도 말을 걸어올 것이란 확신이 강하게 들었다.

 

그렇다.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인생살이기에 휘둘리지 않을 자신만의 꿈이 있어야 한다. 꿈이 있는 현실이 보다 더 적극적이고 희망적이며 탄탄한 삶이다.

 

1996년 11월 늦가을 일본을 떠나오면서 그 동안 정든 이웃과 지인과 친구들에게 감사 편지를 보내며 드디어 길고도 짧았던 일본생활에 마침표를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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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를 떨구고 아래를 내려다보면

왈칵 쏟아질 것 같은 뜨거운 눈물을 삼키며

하늘을 바라다보면서 정말로 나에게는 과분했던 5년간의 도쿄생활을 돌아다봅니다.

인생은 작은 인연들로 아름다운 것을 온 몸으로 느끼면서 떠오르는 당신의 얼굴.

오늘 유난히도 별이 많은 이즈(伊豆)의 노을 진 홋카와온천(北川温泉)에 와있습니다.

늦도록 밤바다의 파도소리를 들으면서

당신과 함께했던 멋진 시간들은 또 하나의 별이 되어 쏟아져 내립니다.

내 가슴에 내린 당신의 별들은 보물(宝物)이 되어 두고두고 그리워질 것입니다.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고맙습니다.

 

 

 이즈(伊豆) 홋카와온천(北川温泉)

 

(2015.4.6)

Posted by 오경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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