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노 아야코(曾野綾子) 著 / 오경순 옮김 / 도서출판 리수 / 2002년 4월 출간

마흔이후 나의 가치를 발견하다』개정판 / 2012년 1월 출간

 

 

 

◆ 하루는 24시간뿐이다. 도저히 우리 마음대로 조작 불가능한 것이 바로 시간이다.

    시간은 가장 잔혹하다. 시간은 최고의 성실을 요구한다.

    누구에게, 어디서, 무엇을 단념하고 무엇을 선택하기 위해 사용할 것인가를 분명히 할 것을 요구한다.

    그래서 나는 시간이 두렵다.

 

◆ 지난 날 불행한 기억을 갖고 있는 사람은 누구든 자신만의 재산이나 비료로써 철저하게 자신의 것으로

    승화시킨 사람은 작가도 될 수 있고 어떠한 일을 하더라도 잘 적응할 수가 있다.

    나는 욕심이 많은 사람이기에 여간해선 손에 넣기 쉽지 않은 불행이라는 사유재산을 결코 사회에도

    운명에도 세무서에도 돌려주지 않았다. 나는 불행한 기억들을 철저하게 비축해서 비료로 사용했다.

 

◆ 우리 인생의 모든 것에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러므로 중년이후가 말 그대로 진정한 인생이다.

    단지 그저 사교를 위한 만남이라면 언제든 가능하다. 그러나 내면 깊숙한 곳에서 우러나는 두터운 인간적

    교류를 원한다면 내 스스로 인간을 바라보는 안목을 갖추고 있지 않으면 안 된다.

    어떠한 관점에서 사람을 판단하느냐 하는 성숙된 기술은 젊었을 때는 도저히 할 수 없는 선택이다.

    그러한 준비가 가능해지는 때가 중년이다.

 

◆ 우리에게 흥미로운 사실은 저마다 한쪽으로 치우진 인생을 살아가고 있음을 우리 스스로 인정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 시간이란 냉엄한 것이다. 아무리 급해도 시간만큼은 조작이 불가능하다.

    공들여 시간을 비축해서 카세트나 비디오테이프의 빨리 감기처럼 빠르게 다른 사람의 곱 절을 체험할 수는

    없다.

    당연한 일이나, 젊었을 때는 아직 많은 사람을 만나지도 못했다. 그리고 사람이란 지금까지 자신이 만났던

    사람의 수만큼 현명해지게 된다.

 

◆ 추한 것, 비참한 것에서도 가치 있는 인생을 발견해내는 것이 중년이다.

    여자든 남자든 어떤 사람을 평가할 때 겉모습이 아닌 그 사람의 어딘가에서 빛나는 정신, 혹은 존재

    자체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는 때가 중년이다. 대체로 우리의 정신이란 중년이 되어서야 비로소

    완숙되는 면이 있다.

   

◆ 영화관이나 극장에서만 인생을 즐기는 게 아니다. 가장 훌륭한 극장은 우리가 살아가는 바로 현재의 삶이 

    다. 그곳을 지나가는 모든 사람에게서 드라마나 매력을 찾아낼 수 있다면 그 이상의 즐거움이란 없다.

    극장 안에서든 밖에서든 드라마를 볼 수 있는 때가 바로 중년이다.

 

◆ 손에 넣은 것은 손에 넣는 순간부터 잃어버릴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이것은 현세의 엄연한 약속이다.

 

◆ 오래 살다보면「얻는 것」도 있겠지만, 그 이상으로「잃어버리는 것」도 많다. 이것이 중년이후의 숙명이

    다.

 

◆ 자식의 의무를 다하지 않은 자식일수록 부모가 떠나게 되면 가장 먼저 재산상속의 권리를 주장하고 나선

    다.

 

◆ 인생이란 이론대로 되지 않는다. 하나 더하기 하나는 둘이 아니다. 경우에 따라 넷도, 다섯도 될 수 있으며

    혼신을 다해 노력했지만 하나 그대로인 경우도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 모든 사람이 다 똑같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이 세상 모든 일이 계산대로 라고 믿는 사람이나, 계산대

    로 되지 않는다고 화를 내는 사람은 훗날 사진 속에서도 그저 나이만 들었을 것 같고, 계산대로 되지 않는

    것을 오히려 재미있어하는 사람은 아마도 젊었을 때의 사진보다는 나이 든 후의 사진이 훨씬 매력적인

    사람으로 보이리란 생각 이 든다.

 

◆ 인생이란 물질적으로 풍족하더라도 괴롭고, 부족하더라도 괴롭다.

 

◆ 병이 잘 낫지 않는 것은 죽음으로 치닫고 있다는 말이다. 참으로 슬프고 잔혹한 일일지도 모르지만 누구에

    게나 똑같이 찾아오는 공평한 운명이다. 그러나 바로 그 순간 인간은 비로소 깨닫게 된다. 걸어 다닐 수 있

    다는  것은 얼마나 크나큰 축복인가. 자기 스스로 먹을 수 있고 배설할 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위대한 일인

    가.

    더 더욱 아직도 정신이 맑아 다소 철학적인 사고가 가능하다면 그것은 어쩌면 몇 십억 짜리 복권 당첨과도

    견줄 만한 요행일지도 모른다. 이러한 사실은 중년 이전에는 결코 상상도 할 수 없었다.

 

◆ 젊었을 때는 무엇보다도 돈이 소중했다. 취직, 결혼, 양육, 아이교육, 집 장만 등 이 모든 것에 돈이 들어간

    다. 돈이란 아무리 많아도 남아도는 법이 없다. 그러나 중년이후 어느 순간부터는 아무리 돈이 많아도

    대부분의 인생에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한 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 정말로 믿을 수 없는 불가사의한 일이며 흥미로운 일이다. 우리는 사랑이 사람을 구 제 할 수 있다는 사실

    은 너무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가끔은 증오심마저도 사람을 구제할 수 있음을 중년이 되기 전까지는

    미처 알지 못했다.

 

◆ 품격 있는 대화만 가능해도 아무도 무시하지 않는다. 우리가 지금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90% 정도는

    없어도 살아가는 데는 전혀 지장이 없는 것들이다.

 

◆ 그 어떤 사람이 사라진들 이세상은 끄떡없이 잘 돌아가게 마련이다. 중년이후 우리가 명심해야 할 것은

    내가 없어도 어느 한 사람 곤란해 하지 않는다는 엄연한 현실을 똑 바로 인식하는 일이다.

    나 한 사람 없어진들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사실이 참으로 비참하게 생각될지 모르지만 나뿐만

    아니라 그 누구가 없어도 이 세상은 아무런 차질 없이 잘 돌아가게 마련이므로 기본적으로 우리는 안도감

    을 가질 수 있게 된다.

 

◆ 너나 할 것 없이 대체로 우리는 평범하고「보잘 것 없고」「별 볼일 없는」존재다. 지금까지 잘 살아왔다

    면 운이 좋았든지 아니면 용케도 다른 사람이 도와줬기 때문일 뿐이다.

 

◆ 어느 한 가지를 얻으면서 다른 한 가지를 포기하게 되면 용서 받을 것 같은 느낌이 든 다. 이것저것 죄다

    욕심을 부리는 것이 잘못된 거다.

 

◆ 자식이란 참 묘하게도 좋은 쪽으로든 나쁜 쪽으로든 인생을 진하게 만든다. 기쁨도 증오심도 배가시킨다.

    바로 이것이 자식이라는 존재가 주는 선물이다.

 

◆ 우리는 중년이후 육체가 쇠퇴하면서야 비로소 인생의 본질을 발견하는 재능을 터득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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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오경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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