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이렇게 시작한다.

 

「우선 당부부터 하고 싶다.

남의 말이나 글 혹은 남의 생각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는 독자는 지금 당장 이 책을 덮어버려라.

살짝 엿봐서도 안 된다.

치명타가 될 수도 있으니…

만에 하나 이 충고를 무시한 결과 어떠한 불이익을 당하더라도 나는 모른다.

이 사실만은 처음부터 분명히 짚어둔다. 」

 

 

이 책을 번역하면서 기타노 다케시(北野武)를 다시 보았다. 그리고 많은 인생 공부가 되었다.

지금까지 그가 쓴 책이 백여 권이 넘고 감독한 영화가 열일곱 편이나 된다니…

 

기타노 다케시 하면 나는 영화《기쿠지로의 여름(菊次郎の夏)》이 제일 먼저 떠오른다.

뜨거운 여름 물방울 통통 튀는 듯한 시원하고 경쾌한 히사이시 조(久石讓)의 ‘썸머(Summer)’가 아름다운 피아노 선율로 울려 퍼지는 가운데 하염없이 달리고 또 달리는 귀여운 꼬마 녀석 마사오와 너무나도 잘 어우러지는 멋진 첫 장면 덕이다.

 

끊임없이 공부하며 자기만의 철학과 주관으로 적지 않은 나이에도 새로운 도덕을 이야기하는 그가 예사롭지 않다. 나이 지긋한 기이한 팔방미인 청년이라 할만하다.

 

그의 예명처럼 비토 다케시(Beat Takeshi, ビート武)가 세상을 향해 힘차게 두들기며 날갯짓하는 새로운 삶과 새로운 세상에 대한 그의 철학과 사고와 독설이 진한 여운을 남긴다.

 

 

♦ 하나의 가치관으로 굳어진 사회는 무너지기 쉽다. 등을 제아무리 꼿꼿이 세우고 있어도

   등줄기가 딱딱하다면 어느 순간 똑 하고 부러지게 된다.

 

♦ 도덕 교과서에는 영락없이 노인과 쓰레기가 단골메뉴다.

   노인과 쓰레기는 동급인가? 이래서야 노인을 사회의 장애물로 생각하는 아이들이 늘어나도

   어쩔 수가 없지 않은가.

 

♦ 교과서 속 노인들은 죄다 착한 노인들이라는 전제가 깔려있지만 일본 교도소에 얼마나

   많은 노인이 수감되어 있는지 과연 알고나 하는 소릴까. ‘그리 멀지 않은 미래에 교도소 

   는 아마 노인요양원이 될 거다’라는 말이 나올 정도인데도 말이다.

 

♦ 노력이나 성실함만으로는 이 세상을 헤쳐 나갈 수가 없다.

   돈을 움켜쥔 쪽이 사회 시스템을 계속 바꾸어간다.

   어떤 사회로 바꾸어 나갈 것인가 하는 문제는 당연히 돈을 쥔 자가 유리한 사회다.

 

♦ 좀 미련해도 성실하게 노력만 하면 승부에서 이길 수 있다는 얼토당토않은 환상을

   아이들에게 심어줘서는 안 된다. 계속 그런 식으로 나간다면 성실한 거북이는 모두

   머리가 영악 한 토끼의 먹잇감이 되고 만다.

   적어도 토끼와 거북이의 이야기는 새로 써야 맞다.

 

♦ 디지털문화 탓이다. 0과1, 흑과 백의 중간이 없다. 0에서 1로 가기까지 실로 이런저런 

   갈등이 있는 법이지만 지금은 0에서 1로 지체 없이 확 건너뛴다.

   간격도 빈틈도 여백도 회색지대도 없다. 사실은 그 틈새를 헤쳐 나가기 위해 고민하거나

   하는 것이 사고 면에서도 가치가 있지만, 여백이 없기에 고민하는 법조차 모른다.

 

♦ 인터넷 덕분에 늘어난 것은 인류 전체의 지식의 양이 아니라 자신이 세상의 모든 것을

   알고 있다고 착각하는 그리하여 자신만이 절대적으로 옳다고 굳게 믿고 있는 사람의

   숫자다.

 

♦ 세상에 종교가 단 하나뿐이라면 문제는 없다. 종교와 종교가 충돌하면 심각한 문제가

   발생한다. 누가 뭐래도 종교란 절대적 정의이기 때문이다.

   세상을 평화롭게 다스리기 위한 종교였을 텐데도 종교가 수많은 전쟁의 불씨가 되어

   버리고 마니 정말 세상이란 뜻대로 되지 않는다는 생각이다.

 

♦ 도덕이란 권력자 입맛에 맞게 얼마든지 변하게 마련이다.

   적어도 어느 시대건 모든 인간에게 통용되는 절대 도덕이란 없다는 말은 맞다.

 

♦ 근로가 도덕이라는 주장은 권력자의 편의를 위해 만든 룰이다.

   이런저런 이유를 갖다 둘러대고 있지만 결국 권력자 본인은 일하지 않고 사람들을

   부려먹기 위해 근로는 도덕이라는 등 그런 식으로 만든 것이다.

 

♦ ‘메멘토 모리(memento mori)’ 라는 경구(警句)가 있다.

   라틴어로 ‘내가 죽는다는 사실을 잊지 마라’라는 뜻이다.

   메멘토 모리(memento mori)’가 바로 도덕의 토대다.

   

 

이 책은 누군가 만들어 놓은 도덕을 무턱대고 신봉하는 위험한 도덕주의자를 경계하는

책이다.

지금껏 당연시했던 도덕을 처음부터 하나하나 따져보라고 채근한다.

 

그리하여 자신의 삶과 경험에서 우러나는 자신만의 똑똑한 도덕과 철학을 만들고

지키라고 부추긴다.

 

내일 미증유의 어떠한 시대가 열릴지라도 스마트하고 행복한 인간으로 살아내기

위해서라면…

 

16년 6월 29일 오경순

Posted by 오경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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