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아쿠타가와상 후보에 오르면서 문단에 데뷔한 일본의 소설가 소노 아야코의 에세이. 이 책은 일상의 고단함과 문득문득 찾아오는 상실감을 겪는, 너무도 성실히 살아온 ‘나’에게 안부를 물어, 나를 직시할 수 있도록 이끈다. 내면으로부터 차오르는 공감 속에 마음의 힘을 채운다. 이미 알고 있었지만 그렇게 살아오지 못했던 ‘진실과의 대면’은 나를 깨워 잔잔한 미소를 선사한다. 기 발간되어 국내 독자들로부터 큰 공감을 받아온 『약간의 거리를 둔다』가 ‘나다운 삶’으로 가볍게 터닝할 수 있도록 이끌어준 책이었다면, 『넌 안녕하니』는 ‘나다운 행복’을 정확히 인지하고 당당히 살아갈 수 있도록 한다.

 

<목차>

1부. 나의 안부를 묻는다

인정받고 싶은 마음
시간과 돈
한계라는 건 비참한 것도 뭣도 아니다
나만 불행한 건 아니다
프로란 일벌레만으로 되지 않는다
열등감을 대하는 자세
겉치레와 속내가 공존한다
겉치레는 의존하는 마음
세상 사람의 눈과 나
어떤 인생도 아름답다
그것이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
자신의 모습을 지킨다는 것
내면의 깊이
스스로를 발견하는 경험
자신감이 있을까, 없을까
어떤 재능도 도움이 된다
좋아하는 일을 한다
어떻게 생각한들 상관없다
눈치 보지 않는다
별들 하나하나에 이름이 있다
자각이야말로 인간적
때론 움츠리고 때론 사과한다
저마다 척도가 다르다
한 사람 한 사람이 특별하다
편향된 구석이 있게 마련이다
나름의 의미가 있다
말로만 정의롭다
정의란 함부로 판단하기 어렵다
조급해하지 않는다
방향성을 본질에 둔다
죽고 싶을 때는 일단 굶어본다
의욕이 나지 않을 때는 푹 쉰다

2부. 관계의 안부를 묻는다

타인을 이해하기란 불가능하다
그냥 내버려둔다
실수해도 괜찮아
어떤 사정이 있겠지
긴장한다는 것
쓸모없는 사람은 없다
하수
용서를 빌게 하는 것
누설하지 않는다
‘No’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
마음에도 없는 거짓말 하나쯤 한다
남의 말이란
대화의 성실한 자세
마음의 문이 열리는 순간
장점의 발견
부부라는 인간 관계
부모와 자식
긍지를 가지게 하는 것
해주지 않는다고 불만 갖지 않는다
꿰뚫어본다
타인을 대하는 자세
지금 내 앞에 있는 사람
나쁘면서 좋다
싸우지 않는다
원망했던 사람
화가 나면
약하니까 강한 척한다
대부분 모른다
가볍게 생각한다
정의보다는 친절
한 마디 말의 배후
용서한 것처럼 행동한다
손해본다
숲 속 한 구석에 서 있는다
사랑, 형식부터라도
돕는다는 것
마음으로 한다

3부. 적당히 한다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어떻게든 끝까지 한다
다 잘하려는 마음을 버린다
바로 결정하지 않는다
매사 적당히
도피도 생각해둔다
직시한다
완벽할 수 없다
둔감한 게 좋을까 민감한 게 좋을까

4부. 지금이 소중하다

시간이 가장 잔혹하다
다 본인 책임이다
천천히 멈춰 선다
이러나 저러나 힘들다
집안일을 한다
아침이라는 것만으로
시간만큼은 조작할 수 없다
지금 이 순간
조금씩조금씩 준비한다

5부. 평온해진다

죽었다고 생각해본다
돈이란
잃어버린다
육체적 불편
부당한 운명을 만날 때
불행은 피하면 더 힘들다
행복을 감지하는 능력
다면성을 인정한다
사이가 안 좋은 부모
결핍은 공평하다
기다리는 길모퉁이에는 결코 안 나타난다
대부분 가짜다
결혼식과 장례식
화보다 친절이 더 무섭다
평판 따위는 신경쓰지 않는다
없어서는 안 되는 두 가지
권선징악이 아닌 결말
잊어버린다
신의 선물
영혼을 믿는다면

 

<출판사 리뷰>

‘나’라는 원점을 응시할 수 있는 용기
우리는 자기다울 때 존엄하게 빛난다


“넌 안녕하니?”라는 물음에 끌렸다면, 안녕이 필요한, 다시 말해 지금 상태가 안녕하지 못하다는 것이다. 이유를 찾자면 백 사람이면 백 가지겠지만, 우리는 너무도 획일화된 꿈을 꾸는 데에 익숙하고, 남들처럼 살고 싶어하고, 그들의 인정을 받아야만 안녕하다고 여기며 살아왔다. 그러는 사이 각기 다른 ‘나’라는 고유함과 특별함은 감춰지고, 비교라는 잣대 앞에서 늘 초라한 나를 바라봐야 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나’라는 원점을 응시할 수 있는 용기다. 사람은 자기다울 때 존엄하게 빛나므로.

나의 안부를 묻는다
넌 안녕하니?

 

<옮긴이 말>

우리는 늘 일상을 벗어나 새로운 획기적인 세계로 나아가려 꿈꾸지만 결국 우리가 꿈꿨던 행복과 바람 또한 우리 일상 테두리 안에 존재함을 알게 된다.

우리는 평화롭던 일상에 아주 작은 균열이 생겨서야 비로소 여태껏 눈에 보이지 않았던 일상의 평범함과 소박함이 소중했음을 깨닫게 된다.

귀하고 가치 있는 것은 눈에 잘 보이지 않는 법.  그저 우리가 모르고 지나칠 뿐이다.  우리가 그토록 찾아 헤매던 행복과 사랑은 우리 주변에 널려 있는데……

살아있는 존재만으로도 삶의 이유가 되고 위안이 되는 아름답고 귀한 사람을 곁에 두는 것은 커다란 행운이다.  자신의 존재로 단 한 사람이라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희망과 용기를 품을 수 있다면 그 건 기적처럼 위대한 일이다.

우리는 그저 나이를 먹는 게 아니다.  살다 보면 살아온 만큼 많은 이들을 만나게 되고 내가 만난 이들의 수만큼 나의 일상은 밝고 여유롭고 윤택해졌다.

우리가 간절히 바라고 그리던 멋진 세상은 언제나 지금 여기 우리의 일상 속에 있음을 이제는 안다.  인생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짧다.  더 늦기 전에 서로에게  빛이 되는 안부를 나누었으면.

“넌 안녕하니?”

<오경순 2024.2.15.>

 

 

 

Posted by 오경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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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에노 지즈코 저 / 오경순 역 | 현실문화 | 2020년 5월  [개정판]

이 책 『여자가 말하는 남자 혼자 사는 법』은 젠더 분야의 선구적 이론가이자 일본 최고의 지성으로 손꼽히며 한국의 독자들에게도 익숙한 우에노 지즈코(上野千鶴子) 교수가 인생 후반부를 맞이한 독신 남성들에 대해 쓴 에세이이다. 독신 여성 사회학자가 독신 남성에 대해 썼다니 자칫 잔소리처럼 들릴 법도 하지만, 그가 이 책을 쓰게 된 계기는 남성들의 요청이 있었기 때문이다.

우에노 교수는 초고령화 사회인 일본에서 독신 여성으로 살아가는 자신의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여성들을 위해 『싱글의 노후』(おひとりさまの老後, 한국에는 『싱글, 행복하면 그만이다』라는 제목으로 소개된 바 있다)라는 책을 썼는데, 여러 남성 독자들에게서 ‘싱글 남성의 노후에 대해서도 써달라’는 요청을 받게 된 것이다. 그 후 2년간 우에노 지즈코는 독신 남성의 삶을 취재하기 시작했고, 이 책을 출간했다. 그러므로 이 책은 남성 독자들의 질문과 요구에 대한 답변이자, 독신 남성의 삶은 독신 여성과는 분명히 다르다는 증명인 셈이다.

목차

한국의 독자들에게
들어가며

제1장 남자가 홀로될 때

홀로 사는 남성이 늘고 있다
원래 혼자였거나, 되돌아오거나, 홀로 남겨지거나
싱글 남성의 노후는 어떨까
남성에게 ‘싱글력’이 있을까
간병하는 남성들
섹스, 언제까지 가능할까
어머니를 간병하는 아들들
아내가 먼저 세상을 떠났을 때

제2장 내리막길을 내려오는 기술

인생의 정점에서 내려오는 길
남자의 정년, 여자의 정년
나이 듦을 거부하는 풍조
약점 드러내기
별안간 쿵 하고 떨어지면 고통 또한 크다
쌩쌩하게 활동하는 싱글 선배들
남자는 여자에게 배워라
혼자 살아가는 힘, 싱글력을 기른다

제3장 홀로 살아갈 수 있을까

남성은 자립하고 있는가, 자립의 세 가지 조건
새로운 밥줄 구하기 프로젝트
돈 부자보다는 사람 부자
친구는 인간관계의 상급편
네트워크를 만들고 싶다면 지켜야 할 7가지 금계
남아도는 시간을 어떻게 활용할까
시간 때우기의 달인들
남자, 홀로 나이 듦에 대하여
남자 홀로 나이 듦의 10가지 방법

제4장 돈으로 돌봄을 살 수 있을까

싱글 남성의 주머니 사정
노인홈은 얼마나 들까
타인과의 적당한 거리는
집에서 나 홀로 아플 때

제5장 홀로 죽을 수 있을까

생명의 또 다른 이름, 죽음
혼자 살아왔듯이 홀로 죽을 수 있다면
가족은 지원군일까 저항군일까
싱글 맞춤형 보험
마지막 시간을 화해의 시간으로

후기
옮긴이의 말
미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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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노 아야코(曾野 綾子) 저 / 오경순  | 책읽는고양이 | (2018년 11월 1일 출간)



좋은 사람 노릇은 피곤하다
좋은 사람으로 평가받기보다 그냥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살아가도 괜찮다 


『좋은 사람이길 포기하면 편안해지지』는 ‘좋은 사람’이라는 틀 속에 갇혀 까딱하면 남들 눈에만 흡족한 껍데기로 살기 쉬운 현실 속에서, 타인의 평가에 휘둘리지 않고 굳건히 ‘나’를 지켜내는 법과, 원망하지 않고 진정 편안한 관계로 가는 지혜를 전한다. 

요즘 SNS를 보면서 나만 빼고 다 잘사는 것 같은 박탈감에 시달리는 이들이 많다. 그러나 정작 멋진 소식을 올리는 이들 또한 수많은 비교 속에 허탈해하며 아등바등 살아가기는 마찬가지다. 멋진 사람, 좋은 사람으로 인정받는 것은 분명 삶의 활력소가 되지만, 무난한 사람, 성격 좋은 사람으로 평가받으려다 속이 문드러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찰리 채플린의 말마따나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이고 가까이서 보면 비극’인 것인가. 왜 우리는 이렇게 수많은 비교 속에서 허우적거리며, 좋게 보이려 안간힘을 쓰며 살까. 왜 그렇게 타인에게 쉽게 관여하고 또 상처받으며 내 삶을 제대로 만끽하지 못할까. 사람이 함께한다는 것은 크나큰 미덕인데, 정작 독이 되고 편하지 않다면 이는 과연 어디서부터 잘못되었고, 어떻게 해야 벗어날 수 있을까. 

이에 대한 저자의 접근은 명쾌하다. 좋은 사람이길 포기하라고 말한다. 이는 결코 나쁜 사람이 되라는 뜻이 아니다. 사람으로 인한 스트레스에 시달린다면 일단 좋은 사람으로 평가받는 것에 얽매이지 않겠다는 의지에서 편안함이 시작된다는 메시지다.

사람으로부터 편안해지는 법
성악설의 권장, 기대가 없으면 실망할 일도 없다


사람으로부터 편안해지기 위해 저자는 타인에 대한 기대를 낮게 가질 것, 사람은 원래 악하다는 성악설에서 출발할 것,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것 등등 실망에 앞서 기대감을 낮추는 비법을 제시한다. 얼핏 보면 성선설이 무리 없고, 편안한 듯하지만, 배신이라도 당하면 아연실색하게 된다. 그러나 애초부터 성악설을 따르면 의심은 대부분 기우에 지나지 않을 확률이 높다. 뿐만 아니라 자신의 입장에서도 좋은 사람은 유지하기 어렵지만, 나쁜 사람이라는 평판은 유지하기도 쉽다. 타인의 말 한마디에 연연해하지 않게 된다. 

인간 내면 깊숙이 스며있는 위선, 무례, 어리석음에 대한 이해도 필수다. 고매한 듯 보이나 남의 불운에 은밀하게 안도하는 사람, 인도주의자인 척하지만 모순으로 가득한 사람, 자신이 옳다는 생각에 빠져 타인에게 강요하는 사람 등등 인간 보편의 이중성에 대한 이해는 일일이 실망하고 상처받지 않게 하는 맷집을 키워준다. 이치에 맞지 않으면 거절하고, 미움받아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며, 평판에 크게 신경쓰지 않게 된다. 고통스러운 수치가 있다 해도 이 지구상에서 수만, 수십만 사람이 이미 겪었던 수치일 따름이라 여길 수 있게 된다.

Posted by 오경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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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이렇게 시작한다.

 

「우선 당부부터 하고 싶다.

남의 말이나 글 혹은 남의 생각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는 독자는 지금 당장 이 책을 덮어버려라.

살짝 엿봐서도 안 된다.

치명타가 될 수도 있으니…

만에 하나 이 충고를 무시한 결과 어떠한 불이익을 당하더라도 나는 모른다.

이 사실만은 처음부터 분명히 짚어둔다. 」

 

 

이 책을 번역하면서 기타노 다케시(北野武)를 다시 보았다. 그리고 많은 인생 공부가 되었다.

지금까지 그가 쓴 책이 백여 권이 넘고 감독한 영화가 열일곱 편이나 된다니…

 

기타노 다케시 하면 나는 영화《기쿠지로의 여름(菊次郎の夏)》이 제일 먼저 떠오른다.

뜨거운 여름 물방울 통통 튀는 듯한 시원하고 경쾌한 히사이시 조(久石讓)의 ‘썸머(Summer)’가 아름다운 피아노 선율로 울려 퍼지는 가운데 하염없이 달리고 또 달리는 귀여운 꼬마 녀석 마사오와 너무나도 잘 어우러지는 멋진 첫 장면 덕이다.

 

끊임없이 공부하며 자기만의 철학과 주관으로 적지 않은 나이에도 새로운 도덕을 이야기하는 그가 예사롭지 않다. 나이 지긋한 기이한 팔방미인 청년이라 할만하다.

 

그의 예명처럼 비토 다케시(Beat Takeshi, ビート武)가 세상을 향해 힘차게 두들기며 날갯짓하는 새로운 삶과 새로운 세상에 대한 그의 철학과 사고와 독설이 진한 여운을 남긴다.

 

 

♦ 하나의 가치관으로 굳어진 사회는 무너지기 쉽다. 등을 제아무리 꼿꼿이 세우고 있어도

   등줄기가 딱딱하다면 어느 순간 똑 하고 부러지게 된다.

 

♦ 도덕 교과서에는 영락없이 노인과 쓰레기가 단골메뉴다.

   노인과 쓰레기는 동급인가? 이래서야 노인을 사회의 장애물로 생각하는 아이들이 늘어나도

   어쩔 수가 없지 않은가.

 

♦ 교과서 속 노인들은 죄다 착한 노인들이라는 전제가 깔려있지만 일본 교도소에 얼마나

   많은 노인이 수감되어 있는지 과연 알고나 하는 소릴까. ‘그리 멀지 않은 미래에 교도소 

   는 아마 노인요양원이 될 거다’라는 말이 나올 정도인데도 말이다.

 

♦ 노력이나 성실함만으로는 이 세상을 헤쳐 나갈 수가 없다.

   돈을 움켜쥔 쪽이 사회 시스템을 계속 바꾸어간다.

   어떤 사회로 바꾸어 나갈 것인가 하는 문제는 당연히 돈을 쥔 자가 유리한 사회다.

 

♦ 좀 미련해도 성실하게 노력만 하면 승부에서 이길 수 있다는 얼토당토않은 환상을

   아이들에게 심어줘서는 안 된다. 계속 그런 식으로 나간다면 성실한 거북이는 모두

   머리가 영악 한 토끼의 먹잇감이 되고 만다.

   적어도 토끼와 거북이의 이야기는 새로 써야 맞다.

 

♦ 디지털문화 탓이다. 0과1, 흑과 백의 중간이 없다. 0에서 1로 가기까지 실로 이런저런 

   갈등이 있는 법이지만 지금은 0에서 1로 지체 없이 확 건너뛴다.

   간격도 빈틈도 여백도 회색지대도 없다. 사실은 그 틈새를 헤쳐 나가기 위해 고민하거나

   하는 것이 사고 면에서도 가치가 있지만, 여백이 없기에 고민하는 법조차 모른다.

 

♦ 인터넷 덕분에 늘어난 것은 인류 전체의 지식의 양이 아니라 자신이 세상의 모든 것을

   알고 있다고 착각하는 그리하여 자신만이 절대적으로 옳다고 굳게 믿고 있는 사람의

   숫자다.

 

♦ 세상에 종교가 단 하나뿐이라면 문제는 없다. 종교와 종교가 충돌하면 심각한 문제가

   발생한다. 누가 뭐래도 종교란 절대적 정의이기 때문이다.

   세상을 평화롭게 다스리기 위한 종교였을 텐데도 종교가 수많은 전쟁의 불씨가 되어

   버리고 마니 정말 세상이란 뜻대로 되지 않는다는 생각이다.

 

♦ 도덕이란 권력자 입맛에 맞게 얼마든지 변하게 마련이다.

   적어도 어느 시대건 모든 인간에게 통용되는 절대 도덕이란 없다는 말은 맞다.

 

♦ 근로가 도덕이라는 주장은 권력자의 편의를 위해 만든 룰이다.

   이런저런 이유를 갖다 둘러대고 있지만 결국 권력자 본인은 일하지 않고 사람들을

   부려먹기 위해 근로는 도덕이라는 등 그런 식으로 만든 것이다.

 

♦ ‘메멘토 모리(memento mori)’ 라는 경구(警句)가 있다.

   라틴어로 ‘내가 죽는다는 사실을 잊지 마라’라는 뜻이다.

   메멘토 모리(memento mori)’가 바로 도덕의 토대다.

   

 

이 책은 누군가 만들어 놓은 도덕을 무턱대고 신봉하는 위험한 도덕주의자를 경계하는

책이다.

지금껏 당연시했던 도덕을 처음부터 하나하나 따져보라고 채근한다.

 

그리하여 자신의 삶과 경험에서 우러나는 자신만의 똑똑한 도덕과 철학을 만들고

지키라고 부추긴다.

 

내일 미증유의 어떠한 시대가 열릴지라도 스마트하고 행복한 인간으로 살아내기

위해서라면…

 

16년 6월 29일 오경순

Posted by 오경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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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하건대 얼핏 보기에 굉장히 수수하고 평범해 보이는 이 책이 세상에 나오기까지 정말로 숱한 우여곡절이 있었다. 무려 8년의 세월이 흘렀으니 이 게 무슨 나와 이 책의 끈질긴 인연의 조화인지.

 

2008년 4월부터 1년간 나는 일본 도쿄 네리마(練馬) 구에 있는 무사시(武蔵)대학에서 초빙 객원연구원 생활을 했다. 무사시대학 도서관을 왔다 갔다 하던 어느 날 도서관 금주의 신간코너에서 맞닥뜨린 책이 바로 이 책 『仕事は5年でやめなさい(원서 제목: 직장은 5년 되면 그만두어라, 한국어판 제목: 나는 5년마다 퇴사를 결심한다)였다. 허를 찌르는 책 제목만으로도 흥미와 궁금증을 불러일으켰고 단숨에 나의 마음을 확 끌어당겼다.

 

그도 그럴 것이 2008년이란 적어도 내 기억 속에서는 지금까지도 가장 강렬하게 남아있는 하나의 사건과도 같은 하루하루였으니…

 

지금으로부터 8년 전 도쿄 그 때 그 시절 …  ‘가는 날이 장날’이란 말은 딱 그럴 때 쓰면 제격인 말이었다.

 

벼르고 벼르던 도쿄에서의 호사스런 생활은 달랑 몇 달도 넘기지 못한 채 가뜩이나 비싼 생활비가 환율 폭등으로 갑절로 뛰면서 낭만이고 뭐고 없이 날마다 통장의 잔고를 확인하며 하루하루 버티는 고단한 생활이 이어졌다.

 

날마다 매스컴에서는 암울한 세계금융, 경제관련 뉴스만 쏟아냈다. 하루가 멀다 하고 뛰어오르는 국내의 환율과 금리, 끝을 알 수없는 주가폭락 등 누구도 내일을 예측하는 일은 무의미해보였다.

이 곳 도쿄 거리에도 실업자가 넘쳐나고 비정규직 취업도 하늘에 별 따기. 가뜩이나 두 달 전 20대 비정규직 회사원이 생활고와 세상에 앙심을 품고 도쿄 아키하바라에서 휘두른 무차별 살인 사건으로 십여 명의 사상자를 내며 일본 사회를 뒤숭숭하게 한 터였다. 안팎의 이런 저런 탓에 암울한 경제 사정뿐 아니라 거리를 오가는 일본인 모습에 드리워진 무겁고 우울한 그림자는 쉽게 가시지 않을 태세였다.

 

가뜩이나 위축되고 위태로운 직장인들은 이 거대한 쓰나미를 무슨 수를 써서라도 헤집고 버텨내야할 판인데 직장은 5년 되면 그만두라? 라니.

 

그러니 이 책에 눈이 갈 수밖에. 나와 이 책과의 인연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뒤돌아보니 여태껏 살아오면서 5년 단위로 바뀐 내가 걸어온 길의 흔적과 그 5년이란 숫자가 어쩌면 그리 딱 맞아떨어지는지…

 

‘직장은 5년 되면 그만두라’는 역발상의 참 뜻은 이렇다.

 

일단 직장에 들어가면 5년 동안 배울 수 모든 것을 몽땅 배워라.

배워서 내 스스로 성장하겠다는 의지와 자세만 갖추어지면 그 어떤 어려움도 견뎌낼 수 있다.

인생의 목적과 목표를 분명히 해라.

‘무슨 일이든 재미가 없으면 얻는 것도 없다(No fun, no gain)’ 는 마음가짐이 멀리 더 오래 달리게 한다.

 

그렇다.

 

평생직장이란 이젠 옛말이 되어버린 지 오래다.

직장과 직장인의 트랜드가 변화하고 있다.

직장은 능력 있는 소수만을 찾게 되고, 생애 첫 직장을 평생 함께하겠노라 다짐하는 직장인 또한 거의 없다.

끊임없이 공부하고 역량을 강화하지 않는 한,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끝까지 살아남을 수가 없다.

 

돌이켜보면 나의 지난날도 5년 주기로 각기 다른 스토리와 새로운 도전과 만남으로 차곡차곡 채워져 참 신기하다.

 

8년 전 오랫동안 준비하며 혼자만의 멋진 긴 외박을 꿈꾸며 날아간 일본 땅에서 의식주만으로도 당초 예상했던 두 배의 대가를 치루면서 군색해진 생활에 마음조차 가난해져 꿈이고 뭐고 다 날아가 버렸지만, 눈이 번쩍 뜨인 이 책을 만나 내 스스로 커다란 인생 공부가 되었는데 번역본까지 세상에 내놓게 되니 만감이 교차한다.

 

2008년 1년간의 일본 생활은 겉으로 드러난 덧셈 뺄셈만으로는 손해난 장사였지만 이 책과의 인연으로 몇 곱절 되돌려 받은 듯 뿌듯해지니 인생의 인연이란 아무리 생각해도 참 묘해서 흥미진진하고 흐뭇하다.

 

 

2016년 5월 13일 오경순

Posted by 오경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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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간 우리 모두 늙는다

갑자기 인생의 오후를 맞이한 남자들에게 바치는 

삶과 사랑, 죽음에 대한 사회학 에세이

 

                                     

홀로가 된 남자들의 노후 생활에 필요한 한 권의 책

 

우에노 교수는 많은 독신 남성을 인터뷰하고 취재한 결과, 독신 여성과 독신 남성의 삶의 지혜가 좀 다르다고 결론 내린다. 원래부터 혼자인 비혼 싱글, 아내와 이혼한 돌아온 싱글, 아내를 먼저 떠나보낸 사별 싱글, 세 가지로 싱글남이 되는 경우를 분류한 그녀는 혼자서도 노후를 행복하게 꾸리는 방법을 풍부한 사례를 섞어 써내려간다. 인생의 내리막길을 내려가는 기술, 혼자 생활하는 방법이나 인간관계에 대한 조언, 그리고 행복한 가정을 이루는 방법과 혼자서 죽음에 이르기까지 독신 남자의 삶 가려운 곳곳을 긁어준다. 연민과 동정의 대상이 되기 쉬운 싱글남이지만, 혼자라도 즐겁게 생활하고 만족스러운 간호를 받으며 행복한 가정에서 혼자 죽음을 맞이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이를 위해 강한 척하는 남성성이나 가부장성을 버려야 한다고 말한다.

이 책은 중년/노년에 대한 낭만과 환상을 불러일으키는 성공/처세/자기계발 에세이와는 차원이 다르다. 우에노 교수만의 직설적인 방식으로 바로 지금 코앞에 다가온 현실적인 문제들을 리얼하게 풀어내기 때문이다. <독신의 오후>는 홀로 된 남자들의 노후 생활에 반드시 필요한 한 권의 책이자, 남자든 여자든 싱글이든 커플이든 모두 앞에 다가온 나이듦에 대해 성찰하게 만드는 책이다.

 

 차례

한국의 독자들에게

들어가며

 

제1장 남자가 홀로 될 때

홀로 사는 남성이 늘고 있다

원래 혼자였거나, 되돌아오거나, 홀로 남겨지거나

싱글 남성의 노후는 어떨까

남성에게 ‘싱글력’이 있을까

간병하는 남성들

섹스, 언제까지 가능할까

어머니를 간병하는 아들들

아내가 먼저 세상을 떠났을 때

 

제2장 내리막길을 내려오는 기술

인생의 정점에서 내려오는 길

남자의 정년, 여자의 정년

나이듦을 거부하는 풍조

약점 드러내기

별안간 쿵하고 떨어지면 고통 또한 크다

쌩쌩하게 활동하는 싱글 선배들

남자는 여자에게 배워라

혼자 살아가는 힘, 싱글력을 기른다

 

제3장 홀로 살아갈 수 있을까

남자는 자립하고 있는가, 자립의 세 가지 조건

새로운 밥줄 구하기 프로젝트

돈 부자보다는 사람 부자

친구는 인간관계의 상급편

네트워크를 만들고 싶다면 지켜야 할 7가지 금계

남아도는 시간을 어떻게 활용할까

시간 때우기의 달인들

남자, 홀로 나이듦에 대하여

남자 홀로 나이듦의 10가지 방법

 

제4장 돈으로 돌봄을 살 수 있을까

싱글 남성의 주머니 사정

노인홈은 얼마나 들까

타인과의 적당한 거리는

집에서 나 홀로 아플 때

 

제5장 홀로 죽을 수 있을까

생명의 또 다른 이름, 죽음

혼자 살아왔듯이 홀로 죽을 수 있다면

가족은 지원군일까 저항군일까

싱글 맞춤형 보험

마지막 시간을 화해의 시간으로

 

후기

옮긴이의 말

 

미주

原書上野千鶴子著『男おひとりさま道』

 

 

미디어 서평

[주목! 이책] [중앙일보] 2014.5.31 

 

독신의 오후(우에노 지즈코 지음, 오경순 옮김, 현실문화, 304쪽, 1만5000원)

 

 

일본의 젠더 연구자인 저자가 인생의 오후를 독신으로 살아가는 남성들의 삶에 대해 이야기한다. 중년 이후 독신남자의 유형을 원래부터 혼자인 비혼싱글, 이혼으로 인한 이혼싱글, 배우자를 먼저 떠나보낸 사별싱글로 나누고 각 케이스별로 사랑과 우울, 간병과 생활 문제를 살핀다. 혼자서도 노후를 풍성하게 꾸려나갈 수 있는 기술을 다양한 사례와 함께 소개한다.

 

[책과 삶]홀로된 남성이여, 마초서 벗어나라 [경향신문] : 2014.5.30

 

독신의 오후…우에노 지즈코 지음·오경순 옮김 | 현실문화 | 304쪽 | 1만5000원 

 

“나이가 들어가면서 가장 괴로운 것은 스스로가 예전의 자유를 잃고 기력을 잃는 거다. 그리고 타인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게 되는 현실, 바로 그것이 우리의 자존심을 산산조각으로 무너뜨린다.”

일본 도쿄대 사회학과 명예교수 우에노 지즈코는 이 책에서 현재 진행되고 있는 인구 고령화 추세는 여성보다는 남성에게 더 치명적이라고 말한다.

“여성은 원래부터 대단한 힘을 갖고 있지 않았던 터라 노후에 연착륙할 수 있지만, 남자의 경우엔 힘 좀 있었던 남성일수록 나이듦이 경착륙이 되기 쉽다”는 것이다. 40대가 되면 육아와 가사에서 벗어나 인생의 후반전을 준비하는 여성들과 달리 대부분의 남성들은 노후를 태평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다 이혼이나 사별로 홀로 남겨지게 되면 대책이 없다. 혼자 있는 것에 익숙한 비혼 남성들이라도 노화의 숙명을 피할 수는 없다. 독신 남성들은 노후라는 인생의 내리막을 어떻게 지혜롭게 내려갈 수 있을 것인가. 저자는 2년간 독신 남성들을 취재한 경험을 바탕으로 인생의 내리막길을 내려오는 다양한 사례와 방법을 제시하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삶의 태도를 바꾸는 것이다. 저자는 독신 남성들이 하루빨리 가부장적 남성성을 벗어나야 한다고 말한다. “그것은 더 이상 까치발로 뛰면서 따라잡고 앞지르려 하지 않는 삶의 방식, 현재를 미래의 목적을 위한 수단으로 삼지 않고 지금 이 시간을 소중히 여기는 삶의 태도 같은 것이다.” 책은 ‘남성은 직장, 여성은 가정’이라는 공식이 통용되던 고도성장기 일본 베이비붐 세대를 겨냥한 것이다. 그러나 한국 또한 빠른 속도로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는 만큼 선행 사례로 참조할 만하다.

 

  [잠깐독서] 남자들이여, 멋지게 늙으려면 ‘싱글력’을 길러라 

                                                             [한겨레신문] : 2014.6.2

 

  독신의 오후-남자, 나이듦에 대하여 | 우에노 지즈코 지음 | 오경순 옮김 |

    현실문화 1만5000원

 

 

비혼율·이혼율이 늘고, 평균수명이 증가하는 일본 사회에서 저자는 홀로된 노년에 대한 준비가 무엇보다 중요함을 느꼈다. 저자 자신도 초고령화가 가장 빠르게 진행 중인 동아시아의 60대다.

도쿄대 사회학 교수이자 일본 사회 최고의 지성이라 불리는 우에노 지즈코는 처음엔 초고령사회 일본에서 독신 여성으로 사는 자신의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책을 냈다. 일본에서만 70만부가 팔렸다. 이후 ‘남자는 어떻게 하면 되느냐?’라는 질문을 숱하게 받고 이 책을 냈다. 어떻게 하면 남성이 행복한 노년을 맞이할 수 있는가를 잔잔한 수필 형식으로 풀어냈다.

대부분의 남성들은 젊었을 적 가족을 위해 ‘돈 버는 기계’로 수십년을 지낸 뒤 한 끼의 식사도 제 손으로 차릴 줄 모르는 채 노년을 맞이한다. 지은이는 그런 남성들에게 ‘싱글력’을 기르라고 주문한다. 자신이 먹을 밥 한 끼, 입을 옷 한 벌 제대로 준비할 줄 모르는 남성은 노년의 삶을 즐길 수 없다. 남성이 돈을 벌고 여성이 가사를 맡았던 지금까지의 사회에서, 여성은 ‘생활자립’은 이뤘지만 ‘경제자립’을 못했고 남성은 ‘경제자립’만 했지 ‘생활자립’을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저자는 속옷과 넥타이는 반드시 자신이 고르는 멋쟁이 남성, 직접 커피를 내리는 남성으로 자립 노년을 맞이하라고 권한다.

 

 

 

 

 

Posted by 오경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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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지난 주 '마흔 이후 나의 가치를 발견하다' 개정 3판이 출간되었으며, 조선일보에 소개된 서평입니다.

조선일보 2012.1.21 김수혜 기자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2/01/20/2012012002337.html

"나이들수록 어리광 부리지 마라"… 맵다 그런데 당긴다
81세 日 작가 소노 아야코 조용한 돌풍
"젊은이는 나보다 바쁘다는 걸 명심할 것."


이번 주 개정판이 나온 소노의 에세이집 '마흔 이후 나의 가치를 발견하다'(리수)는 2002년 한국판 출간 후 3판1쇄를 찍었다. 누적 판매량 10만부.
이 책이 인기를 모으면서 2004년에는 소노의 대표작 '나는 이렇게 나이 들고 싶다'(〃)가 번역돼 나왔다.
- 중 략 -

2. Yes24 책 소개
http://www.yes24.com/24/goods/6189322?scode=032&OzSrank=1

마흔 이후



 

Posted by 오경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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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M7에 실린 서적의 광고입니다.

Posted by 오경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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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겨짐이 아름답다

경향신문 책마을  2002-04-06  21면 글 김택근·사진 권호욱 기자

어느새 중년 그러나 즐거운 상상
'구·겨·짐이 아름답다'

앞만 보고 뛰다보니 어느새 중년. 인생을 관조하기엔 이르고 새 삶을 시작하기엔 늦었다. 닳고 해진 구두 한켤레. 구두를 신고 세파를 헤쳐나온 주인의 치열한 삶은 보이지 않고 그 '구겨짐'이 애잔하다. 자신이 끌고온 삶은 보이지 않도 세월에 풍화되어 주름이 깊게 파인 중년의 이미지와 닮았다.
biggun@kyunghyang.com


중년 이후   소노 아야코 / 리수. 오경순 옮김
어느날 문득 거울을 보니 ‘나’는 없고 중늙은이 하나가 자신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그동안 내가 끌고온 삶은 어디에 있는가. 젊은날 그 푸르디 푸르던 꿈들은 다 어디로 흘러갔는가. 국군아저씨께 위문편지 쓰던 시절이 엊그제 같은데 중년이 되어버린 사람들. 그렇다, 우리는 서서이 늙지 않고 어느날 갑자기 늙는다.

자식 뒷바라지는 다 끝나지 않았고, 늙은 부모님을 모셔야 하고, 삶의 현장에서는 치열하게 경쟁을 해야 한다. 기억력은 감퇴하고 힘은 쇠퇴한다. 몸은 망가지고 아픈 데는 자꾸 생겨난다. 그리고 자신의 행동반경이나 사색의 영역 속에 들어와 있던 사람들이 하나 둘 세상을 뜬다. 인생을 관조하기에 는 이르고 새 삶을 시작하기에는 늦었다. 둘러봐도 자신을 보호할 바람막이는 없다. 주위에는 모두가 받들고 보살펴야 하는 무리만 있다.

30대 후반에 접어들면 우리는 중년에 편입된다. 물론 본인은 동의를 아니할 수도 있다. 영원한 청년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나이는 모두에게 세월 앞에 굴복할 것을 강요한다. 그렇다면 중년의 끝은 어디일까. 보통은 50대까지일 것이다. 하지만 이는 자신을 어떻게 가꾸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이렇듯 중년은 위기의 시간이며 일생 중 가장 고단한 시기이다. 이런 중년을 따스하게 보듬는 책 ‘중년 이후’가 나왔다. 지은이 소노 아야코는 중년 이후에야 비로소 진정한 인생이 펼쳐진다고 얘기한다. 체력지수는 하강하고 정신지수는 상승하는데 그 두 선이 어디에선가 만나는 교차점이 중년의 시작이며, 그때 인간은 육체의 쇠퇴와 더불어 인생의 본질을 발견하는 재능이 솟아난다고 했다. 이를테면 정신적 개안(開眼)인 것이다.

#덕을 갖추고 자신에게 엄격하라
중년 이후 외모는 형편없다. 삼단 복부, 이중 턱, 구부정한 등, 흰 머리, 빛나는 대머리, 늘어진 피부, 처지는 눈꺼풀 등. 그래도 말년을 앞에 둔 이들이 다른 사람에게 향기를 나눠줄 수 있는 것은 덕(德)이 있기 때문이다. 덕은 갑자기 생기는 것이 아니라 살아가면서 쌓이는 것이다. 사랑이 인간을 구제한다고 한다. 그러나 미움과 절망이 인간을 구제할 수도 있다. 중년의 연륜은 미움과 절망까지도 품을 수 있다. 성실하게 살면 이해도, 지식도, 지혜도, 사려분별력도 자신의 나이만큼 쌓인다. 그런 것들이 쌓여 후덕한 인품이 완성된다. 중년이란 이 세상에 신도 악마도 없는, 단지 인간 그 자체만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는 시간이다. 그래서 젊은날의 만용조차 둥글둥글해지고 인간을 보는 눈은 따스해진다.

이러한 덕목을 갖추려면 스스로에게 엄격해야 한다. 자신에게 견고한 자갈을 물리고, 삶의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 시간은 인간에게 성실할 것을 요구한다. 잉여(剩餘)시간은 존재하지 않는다. 시간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기 위한 정신적, 육체적 노력 없이는 시간을 차지할 수 없다. 그래서 중년에게 시간은 두렵고 잔혹한 것이다.

#마음 비워라, 미완성에 감사하라
중년 이후에는 ‘진격’보다는 ‘철수’를 준비해야 한다. 물러설 때를 늘 염두에 두며 살아야 한다. 자리에 연연해서는 안된다. 지은이는 그런 행위는 공해(公害) 아닌 후해(後害)라고 일갈한다. 집착이란 보이지 않는 일종의 병이다. 그래서 자신과 관계있는 조직에 너무 애착을 갖지 말라고 충고한다. 애착은 곧 권력을 갖고 싶은 유혹에 빠지게 하고, 마침내 인사에 관여하게 만든다. 그리고 그 힘을 주위에 과시하려 하게 된다.

오래 살게 되면 얻는 것도 있겠지만 잃어버리는 것이 더 많다. 따라서 ‘잃어버림’을 준비하라고 조언한다. 그것은 잃지 않기 위해 노력하라는 말이 아니라 순수하게 잃어버림을 받아들이라는 말이다. 주변의 사람도, 재물도, 그리고 의욕도 자신을 떠나간다. 이것이 중년 이후의 숙명이다. 인간은 조금씩 비우다 결국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을 때 세상을 뜨는 게 아닐까. 말석에 앉으면 세상이 제대로 보인다고 한다.

지은이는 또 너무 젊은 나이에 많은 것을 얻으면 중년 이후는 따분하고 무료하니, 더딘 인생을 탓하지 말라고 했다. 완성이 늦을수록 성취감은 숙성되어 그 맛이 그윽하다고 한다.  더딘 삶, 미완성을 다행으로 여겨라. 나아가 감사하라. ‘늦게 됨’은 축복이다

▲ 중년이란
년은 용서의 시기이다. 노년과는 달리 체력도 기력도 아직 건재하며 과거를 용서하고 자신에게 상처준 사건이나 사람을 용서한다. 예전에는 자신에게 상처를 입힌 흉기라고까지 생각했던 운명을, 오히려 자신을 키워준 비료였다고 인식할 수 있는 강인함을 갖게 되는 것이 중년 이후인 것이다.(31쪽)

한 것, 비참한 것에서도 가치있는 인생을 발견해내는 것이 중년이다. 여자든 남자든 어떤 사람을 평가할 때 외양이 아닌 그 사람의 어딘가에서 빛나고 있는 정신, 혹은 존재 그 자체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는 때가 중년이다.(58쪽)

년을 넘어서게 되면 우리들은 항상 잃어버리는 것에 대한 준비를 계속해나가지 않으면 안된다. 잃어버리는 것에 대한 준비란, 준비해서 잃어버리지 않도록 하는 것이 아니다. 잃어버린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 있는 마음의 태세를 늘 갖추고 있는 것을 의미한다.(76쪽)

어다닐 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축복받은 일인가. 자기 스스로 먹을 수 있고 배설할 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위대한 일인가. 더더욱 아직도 정신이 맑아 다소 철학적인 사고가 가능하다면, 그것은 10억원짜리 복권에 당첨된 것과도 견줄 만한 요행일는지도 모른다. 이러한 것은 중년 이전에는 결코 생각할 수 없었던 것이었다.(152쪽)

근의 풍조로 봐서는 고령자라고 해서 위로받기는커녕 무시되어 말석에 버려질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러나 그런 때야말로 말석의 편안함을 느끼게 된다. 말석이란 모든 것이 잘 보이는 자리다.(187쪽)

어떤 사람이 없어도, 이 세계는 변함없이 잘 돌아가게 마련이다. 중년 이후에 우리가 의식해야 할 것은 내가 없어도 어느 한사람 곤란해 하지 않는다는 엄연한 현실을 인식하는 일이다. 만일 내가 없어도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사실이 참으로 비참하게 생각될지는 모르나, 그 누구가 없어도 이 세상은 아무 차질 없이 잘 돌아가게 되므로, 기본적으로 우리들은 안도감을 가질 수 있게 된다.(193쪽)

Posted by 오경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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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노 아야코 지음/ 오경순 옮김  도서출판 리수  2010년 3월 31일 발행
원제 :  心に迫るパウロの言葉

책 소개 :

이 책은 <나는 이렇게 나이들고 싶다>로 국내 독자의 사랑을 받아온 소노 아야코가 성서 속 바오로의 말을 통하여 인생의 희노애락을 정리한 에세이이다.

성서에 묘사된 바오로의 삶은 분명 위대한 사상가이자 지도자의 모습이다. 하지만 소노 아야코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은 고통과 번뇌, 사랑과 냉정함 등 지극히 인간적인 면모의 바오로였으며, 이에 대한 소노 아야코식 해석들은 언제나 생의 무게에 허덕이는 우리에게 뜨거운 울림을 전한다.

성바오로는 현재의 기독교를 있게 한 장본인이다. 하지만 바오로는 기독교도를 탄압해온 정통 유다교도 출신이었으며, 그 중에서도 출세가도를 달리던 인물이었다. 이랬던 그가 다마스쿠스의 회심 이후 기독교를 전파하는 삶을 살기 시작하여, 네로 황제의 박해로 순교하기까지 투옥과 추방 등 온갖 시련으로 얼룩진 삶을 기꺼이 받아들였다.

이러한 과정은 성서에 실린 13편의 바오로의 서간에 고스란히 담겨있으며, 이 속에서 소노 아야코는 생생히 상상하고 절절히 공감하며 작가다운 통찰력으로 바오로를 되살려냈다.

■소노 아야코의 해석으로 보는 바오로의 말■

바오로의 삶은 결코 평온하지 않았으며 성공한 자의 생애도 아니었다. 이 세상의 관점에서 말하자면 실패한 인생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오로의 사상은 그의 사후 수천 년에 걸쳐서 전 세계 사람들의 마음을 뒤흔들고 있다. 이러한 바오로식 삶의 반전은 소노 아야코식 해석을 통해 뜻밖의 깨달음을 선사하기에 충분하다. 사랑, 용서, 감사, 진심 등등 우리를 둘러싼 모든 것들이 바오로의 편지 속에서 어떻게 표현되는지… 그 기대를 저버리지 않을 것이며, 소노 아야코의 재해석이 촌철살인의 맛을 더해줄 것이다.

사랑에 대하여 바오로가 말한 내용은 성서에 많이 있다. 다음은 그 중 한 구절이다.

우리가 나약했던 시절, 그리스도께서는 정해진 때에 불경한 자들을 위하여 돌아가셨습니다. 의로운 이를 위해서라도 죽을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혹시 착한 사람을 위해서라면 누가 죽겠다고 나설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우리가 아직 죄인이었을 때에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위하여 돌아가심으로써, 하느님께서는 우리에 대한 당신의 사랑을 증명해주셨습니다. (로마 신자들에게 보낸 서간 5장 6~8절)

이 구절에 대해 소노 아야코는 이렇게 쓰고 있다.

나는 성서의 이 구절을 지금까지 몇 번이나 읽었는지 모른다. 그러나 여기 아무렇지도 않게 쓰인 이런 일이 인간세상에서는 아주 드물다는 것을 오랫동안 알아차리지 못했다. (중략) 호의를 가진 사람을 위해 죽는 일은 두렵기는 하겠지만 가능성이 없지도 않다. 호의도 악의도 없는 상대를 대할 때 나를 그쪽으로 몰아갈 정열은 상당히 희박해진다. 별 상관이 없기 때문에 무심히 지켜보는 사이에 일이 끝나지 않을까 싶다.그러나 증오나 혐오의 감정을 가진 상대를 위해 죽는 것은 예수가 처음으로 보여준 가치관이다. 이 한 가지를 보더라도 예수라는 분은 결코 보통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을 바오로는 우리에게 전해준다.

다음의 인용 문구를 보노라면, 바오로가 얼마나 진솔하고, 따듯한 사람이었는지 짐작할 수 있다. 장밋빛 꿈을 제시하기 보다는 고난의 길에 동참하라는 가장 현실적인 제안을 하는 모습이 그렇고, 소노 아야코가 그리스어를 해석하며 알아낸 ‘함께 괴로워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표현이 그러하다.

그러한 까닭에 나는 그대에게 상기시킵니다. 내 안수로 그대가 받은 하느님의 은사를 다시 불태우십시오. 하느님께서는 우리에게 비겁함의 영을 주신 것이 아니라, 힘과 사랑과 절제의 영을 주셨습니다. 그러므로 그대는 우리 주님을 위하여 증언하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말고, 그분 때문에 수인이 된 나를 부끄러워하지 마십시오. 오히려 하느님의 힘에 의지하여 복음을 위한 고난에 동참하십시오. (티모테오에게 보낸 둘째 서간 1장 6~8절)

이에 소노 아야코는 이렇게 덧붙이고 있다.

하느님의 힘에 의지하여 우리가 천국으로 올라가는 행복을 얻을 수 있는가 하면 바오로는 결코 그렇다 말하지 않는다. 바오로는 하느님의 힘에 의지하여 ‘고난에 동참하십시오’라고 말할 뿐이다.
이 절망적인 구절이 내가 바오로를 좋아하는 이유다. 바오로는 장밋빛 꿈을 품지 않는다. 인생의 원형이 고통임을 뼛속 깊이 알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인생이 괴로움뿐이라고 바오로는 말하지 않는다. ‘고난에 동참하다’라고 번역된 말은 슌구카코파세인이라는 그리스어다. 슌은 ‘함께’라는 의미의 접두어이며 카코파세인은 ‘괴로움을 함께하다’라는 동사다. 거기에서 영어의 ‘sympathy동정’이라는 아름다운 말도 나왔다.
나혼자 괴로워하는 것이 아니다. 나와 함께 괴로워해주는 사람이 있다. 이 또한 얼마나 멋진 말인가.

소노 아야코는 말한다. 바오로의 문장에는 늘 용기, 신뢰, 희망과 함께 깊은 슬픔, 괴로움, 때론 따뜻한 체념과도 같은 것이 바닥에 깔려 있음이 느껴진다고 말이다.

4개의 복음서에서 느껴지는 것이 인간의 속성을 뛰어넘는 위대함과 현명함이라면, 바오로의 편지는 철저하게 인간적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이런 인간적 모습들 때문에 그의 가치가 희석되는 일은 없다. 오히려 하느님과의 유대감을 더욱 도드라지게 하여 사람들로부터 깊은 공감을 이끌어내고 있다.

이것이 바오로의 저력이자, 사후 수천 년에 걸쳐서 전 세계 사람들의 마음을 뒤흔드는 이유일 것이다.

■바오로의 힘■

소노 아야코는 고백하고 있다. 처음부터 신앙 면에서 바오로라는 인물에 끌린 것은 아니라고…, 단지 그의 문학적이며 철학적인 설득력 때문에 바오로의 편지에 감동받은 것뿐이라고 말이다.

하지만 소노 아야코는 점차 바오로의 말에 감화되고, 인간의 편협함을 반성하며, 인생의 본질을 깨닫고, 삶의 스승으로 삼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소노 아야코는 늘 자신의 문학을 통해 고통의 반전, 즉 고통이야말로 삶의 자양분이라는 인생에 대한 강한 긍정을 표출해왔다. 바오로에 대한 깊은 조명을 읽노라면, 소노 아야코의 작품 속에 스며있는 긍정과 따뜻한 시선의 뿌리가 어디에서 비롯되었는지 알게 된다.

소노 아야코는 암울했던 가정환경과 이로 인한 폐쇄공포증, 그리고 실명 위기 등 한 인간이 감당하기에는 벅찬 절망을 경험한 사람이다. 이런 소노 아야코에게 강한 긍정의 힘을 심어준 바오로의 말은 또 누군가에게 따뜻한 긍정의 힘이 되어줄 것이다.

목차

머리말

답은 가장 힘들 때 보인다
증오한 자에게서 사랑을 배우고, 거부한 세상 속에서 진정한 답을 발견한다.

왜 이 세상은 고통으로 가득한가
환난은 인내를 낳고 인내는 단련을, 단련은 희망을 낳기 때문입니다.

올바른 자는 없다
지혜로운 자가 되기 위해서는 어리석은 자가 되어라.

인간의 날과 하느님의 날
하느님은 우리가 생각하는 이상으로 인간을 복잡한 장치로 사용하신다.

떫은 감, 단감
신앙은 나의 본질을 바꾸어 나를 다른 사람으로 바꾸어 놓는다.

하느님의 의도를 아는 순간 자유로워진다
하느님의 속박은 인간을 자유롭게 한다

왜 우리는 불공평한가
하느님이 빌려주신 선물은 제각각 다르다.

어떠한 사람이든 모두 사용하신다
하느님은 이러한 사람을 받아들이셨기 때문입니다.

하느님을 만난 사람과 못 만난 사람
하느님과의 만남은 어느 날 갑자기 벼락처럼 찾아온다.

경멸하는 사람을 위해 죽다
죽음으로 사랑을 나타낸다.

지식의 함정
지식은 사람을 교만하게 하나 사랑은 사람을 완성한다.

신앙은 구속인가 자유인가
사랑으로 서로 섬기세요.

기쁘게 베풀어야 하는 이유
아까워하지 않고 풍성하게 씨 뿌리는 자는 풍성하게 거두어들입니다.

원치 않는 시련이 우리를 강하게 한다
시련을 주시는 동시에 벗어나는 길도 갖추어 주신다.

어떤 직업이 좋고 어떤 직업이 천한가
하느님 앞에서 직업의 귀천은 없다.

점술을 믿는 행위
하느님이 베풀어주시는 운명은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냉혹의 권장
기뻐하는 이와 함께 기뻐하고 우는 이와 함께 울어라.

인생의 무거운 짐은 하느님의 선물
무거운 짐을 서로 나누어 지시오.

설령 옳다고 해도
나는 머리를 들 수가 없다.

선의의 독선
지혜에는 어린아이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약할 때에 강하다
고통 속이 아니고는 진정한 자신을 발견할 수 없다.

행복도 좋지만 불행도 좋다
죽음은 남는 장사입니다.

자신의 구원을 위해 힘쓰라
두렵고 떨리는 마음으로 너의 구원을 이루라.

마음에 간직하라
고귀한 것, 덕이 되는 것과 칭송받는 것은 무엇이든지 다 마음에 간직하십시오.

생활에 만족하는 법
자신이 놓인 처지에 만족하는 법을 배운다.

노년의 선물
넘칠 정도로 감사하세요, 기뻐하며 나눠주세요.

억지로가 아니라 기꺼이 즐겁게 행하라
‘옛사람’을 벗어버리고 ‘새사람’을 몸에 입는다.

감사하는 사람
서로 용서하세요, 사랑을 익히세요.

소금 맛을 내라
시간을 잘 쓰고 소금으로 맛을 낸 명쾌한 언어로 말하세요.

행복의 세 가지 열쇠
항상 기뻐하라, 쉬지 말고 기도하라, 감사하라.

일하기 싫으면 먹지도 말라
자신을 구하기 위해 일하는 것 외에 진정한 해결은 없습니다.

주어진 운명은 어떤 것이든 선물이다
감사히 받기만 하면 거부할 것이 하나도 없다

능력을 개발하라
하느님의 은사를 다시 불태우십시오.

우리는 언제 하느님을 찾는가
하느님께 희망을 걸고 밤낮으로 끊임없이 간구와 기도를 드립니다.

구원받으려면 고난을 감수하라
믿음으로써 생의 과제를 부여받고 그것을 극복함으로써 정신은 숭고해진다.

분열된 마음
내가 바라지 않는 일을 하는 것은 내 속에 거하는 죄이니라,

운명의 미학 수동의 미학
받아들인 자신의 운명 속에서 어느 정도 하느님의 의지를 보려 하는가가 문제.

참을 인
사랑은 모든 것을 믿으며 모든 것을 바라고 모든 것을 견디어낸다.

사람에게 버림받았을 때
슬픔 가운데서야말로 우리는 인간 본래 마음으로 되돌아온다.

역자 후기


출처 : 도서출판 리수 http://www.risu.co.kr/

Posted by 오경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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